오피니언 사설

[사설] 강경투쟁 노선은 추세에 역행하는 선택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잇따라 강경투쟁 방침을 밝히고 있어 올해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그는 지난 27일 열린 금융노조 정기 대의원대회에 참석해 "복수노조 시대에는 강성노조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정부와 한번 붙어보자"고 대정부 강경투쟁 방침을 밝혔다. 또 "타임오프 철폐투쟁은 집단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단협을 통해 저항하고 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지도부는 현장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자신은 휘발유를 붓겠다고도 했다. 이에 앞서 그는 25일 위원장 당선 직후 투쟁을 포기하는 노조는 노조가 아니라며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를 선언했다.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반대 등을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 위원장이 이같이 투쟁적인 노선을 밀고 나갈 경우 오는 7월 시행될 복수노조를 둘러싼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노조난립에 따른 선명성 경쟁과 다중협상 등 혼란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강경투쟁으로 돌아서면 노사관계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또 우여곡절 끝에 자리잡기 시작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제도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근로자 권익 증진이 노조의 역할이지만 강경투쟁만이 능사는 아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먼저다. 마지막 선택인 투쟁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최근 일선 노조의 움직임도 합리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노사분규 발생건수가 86건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적었던 점과 강경투쟁을 일삼는 민주노총을 이탈하는 개별노조들이 잇따르고 있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파업보다는 타협, 이념보다는 실리 위주의 교섭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와 변화를 외면한 일방적 강경투쟁 노선은 여론은 물론 조합원들의 호응도 얻기 어렵다. 노조 스스로 입지를 좁게 만들 뿐이다. 이 위원장은 과거 위원장 때 "노조도 경제주체로서의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해 합리적인 노조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의 잇단 강경투쟁 발언은 이 같은 과거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한국노총은 물론 근로자를 위해 강경투쟁의 득과 실을 잘 따져보고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이끌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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