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이번 설엔 재무소통 해보자


대기업의 과장이자 결혼 3년차 주부인 정예은씨(34)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는데도 모이는 돈이 없어 답답하다. 그렇게 사치스런 성향도 아닌데 월급을 받고 신용카드 결제와 각종 공과금ㆍ보험료 납부, 대출원리금 자동이체 등을 거치고 나면 어느덧 다음달 월급날만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정씨처럼 가정을 꾸려가는 평범한 부부들이 열심히 버는데도 원하는 만큼 돈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돈을 모으는 데 있어서 지금까지는 놓친 것은. 부부가 같이 노력함으로써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기혼자들을 대상으로 부부간에 얼마나 자주 돈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지 조사했다. 전국의 기혼자 1,000명을 대상으로 부부간의 재무적인 의사소통 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부부 5쌍 중 2쌍은 돈 문제로 상의를 거의 하지 않거나 급할 때만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부간 재무적인 대화의 내용도 미래보다는 현재 지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주목해야 할 결과 중 하나는 재무적인 대화를 자주 하는 부부일수록 노후준비도 잘 돼 있었다는 것이다.

부부 5쌍 중 1쌍은 돈 문제로 심지어 자주 다투기까지 하는데 주된 갈등의 원인은 소비습관이나 돈 관리에 대해 서로의 우선순위가 다른 것 때문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부부들이 많이 버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번 돈을 잘 관리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자녀출산과 양육, 내집 마련, 노후준비와 같은 우리의 인생여정을 만들어가는 여러 이벤트들은 자원을 어떻게 할당하고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과 맞물려 있다.

관련기사



부부가 서로 인생의 동반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풀지 않는 한 부부간의 갈등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나타난 결과를 보면 부부의 27%는 재무적인 갈등이 발생했을 때 해결하지 못한 채 그냥 넘어가거나 배우자 한 사람의 뜻대로 한다고 대답했다.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부부간의 신뢰를 쌓아야 하는데 신뢰에 기초한 재무관리는 돈과 관련된 의사소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배우자의 동의 없이 남에게 큰 돈을 빌려주거나 값비싼 물건을 구입한다면 부부간의 신뢰가 쉽게 흔들릴 것이다. 돈 관리를 부부가 함께 하지는 못하더라도 돈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부부가 같이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혼자의 60%는 최근 2년간 배우자 모르게 비자금을 만든 적이 있고 37%는 배우자와 모르게 투자를 한적이 있고 33%는 타인에게 돈을 빌려준 적이 있다고 조사됐다.

부부가 인생의 동반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삶의 여정을 함께 준비하고 헤쳐나간다는 뜻이다. 부부가 함께 맞게 될 생애의 여러 이벤트들에 대비해 부부가 함께 재무목표를 세우고 준비해야 한다. 다른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재정적인 문제에 있어서의 성공 여부도 부부의 팀워크에 달려 있다.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재테크로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원하는 삶을 어떻게 설계하고 준비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특히 노후준비는 인생의 장기적인 과제인 만큼 부부간의 공통된 목표와 치밀한 전략하에 이뤄져야 한다.

세계적인 가족치료학자인 존 가트맨 박사 역시 헬스클럽에서 매일 땀 흘리며 운동하는 것보다 하루에 20분이라도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건강과 장수에 더 효과적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부부간에 돈에 대한 비밀이 많아진다는 것은 부부간 재무적 틈이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부부란 평생 상대방을 돌보고 협력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만큼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부부간에 공유하는 영역을 넓혀나가는 것이 좋다. 이번 명절엔 부부가 어떤 노후생활을 꿈꾸는지 장래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으로 새해 계획을 시작해보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