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10년차의 대기업 전자회사 연구원이었던 유모씨는 열심히 일하며 보다 나은 삶을 꿈꾸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지인을 통해 대만 경쟁업체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연봉 조건 등이 괜찮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해 대만으로 가서 구체적 입사조건을 알아봤고 이어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 2명도 대만행에 동참의사를 밝히며 사표를 냈다.
하지만 유씨 등은 대만업체가 당초 약속했던 연봉에 난색을 보이면서 대만행이 무산됐고 이후 국내 LCD 관련업체에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유씨는 후배 김모씨와 함께 각자 집 앞에서 검찰에 체포돼 구속됐다. 죄명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검찰은 대만으로 차세대 LCD 컬러필터 기술을 유출하려 했다며 기소했지만 법원에서 혐의입증이 어려워 재판은 무기한 표류하고 있다.
유씨는 구속기한(6개월) 만료를 앞두고 지난 4월 후배와 같이 풀려났지만 피고인 신분이라 취직이 힘든 것은 물론 집 전세자금을 빼 수천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대느라 월셋방에 살고 있다.
더욱 힘든 것은 구속 이후 언론의 보도를 통해 1조2,000억원어치의 국가 핵심기술을 팔아치우려 한 기술유출사범으로 낙인 찍혔다는 사실. 일부 언론은 영업비밀을 탈취해 대만으로 가려던 유출사범이 공항출국 직전 체포됐다고 밝혔다.
유씨는 “잘못이 있다면 입사시 경쟁업체로의 전직을 금지한 전직금지 약정을 깬 것뿐”이라며 “산업스파이로 몰리며 철창신세까지 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자신 때문에 후배 인생까지 망치게 돼 더욱 마음이 무겁다. 유씨는 오늘도 자신과 후배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힘든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