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신흥국 통화가치 급락… 일본, 장사 잘해도 손해

해외 판매 증가 불구 엔화 환산 땐 매출 되레 줄어 울상


새로운 수익을 노리고 신흥국 사업 비중을 앞다퉈 확대해온 일본 기업들이 최근 신흥국 통화가치 급락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달러화나 유로화 대비 고공행진하는 엔화가치 때문에 가뜩이나 골머리를 앓던 중 사업 비중이 날로 높아지는 신흥국 통화마저 급락하면서 엔화로 환산한 회사 수익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브라질 헤알이나 인도 루피화 등 신흥국 통화 약세가 이들 국가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수익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판매는 늘었는데 현지 통화가치가 낮아지는 바람에 엔화 환산 후 매출액이나 이익이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닛산자동차의 경우 러시아 루블화 약세 때문에 줄어든 이익이 지난 4~6월에만도 94억엔 규모에 달한다. 엔고로 인한 손실규모가 총 257억엔이나 되는는데 루블화 하락에 따른 손실 비중이 가장 높았다. 신문은 이 기간 러시아에서의 닛산 신차판매는 20%가량 증가했지만 엔화로 환산한 매출은 오히려 감소하고 수익성도 악화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화 대비 루블화 가치는 지난 6개월 사이 8.6% 하락했다.


인도 사업 비중이 높은 스즈키자동차의 경우 4~6월 엔고로 상쇄된 이익 109억엔 가운데 인도 루피화 가치하락으로 사라진 이익 규모가 60억엔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다는 엔고로 까먹은 이익 197억엔 가운데 60억엔은 브라질 헤알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6월 말 현재 인도 루피와 브라질 헤알은 각각 1년 전보다 20% 이상 하락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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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기업들의 엔고대책이 지금까지 달러화나 유로화에 집중되는 바람에 올 들어 신흥국 통화 약세에 가속도가 붙은 후에도 조속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이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고성장하는 신흥국에서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는 만큼 신흥국 통화에 대한 환리스크를 줄이려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3월에 끝난 2011회계연도에는 상장사 영업이익 가운데 30% 이상을 아시아 신흥국이 차지했을 정도다.

신흥국 환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본격 대응에 나선 기업들도 일부 눈에 띈다. 최근 프랑스 르노차와 손잡고 러시아 최대 업체인 아브토바스를 인수하기로 한 닛산차는 현지생산 비중을 현재 30~40%에서 오는 2016년 80%까지 끌어올려 현지 비용을 최대한 현지 매출로 충당할 방침이다. 식품업체 아지노모토는 헤알화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브라질에 집중된 사료용 아미노산 생산을 아시아와 유럽ㆍ미주 등 각지로 분산시키고 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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