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누구나 장애 올 수 있어… 아이들 배려 큰 힘

시각장애 남기현 교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2학년 1반 ○○○입니다."

12일 서울시 마포구 성산중학교 복도에서는 마치 군대의 관등성명을 연상시키듯 자신의 학년·반과 이름을 함께 외치는 학생들의 인사가 곳곳에서 들려 왔다.


알고 보니 이는 시각장애인인 남기현(25ㆍ사진) 교사를 위한 학생들의 배려였다. 남 교사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고 시각장애인 1급이 됐다. 개그맨 이동우씨가 걸려 많이 알려진 이 병은 처음에는 야맹증ㆍ시야협착 등으로 시작해 최악의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다.

갑자기 시력을 잃고 방황하던 남 교사를 지탱해준 것은 선생님이었다.

남 교사는 "꿈을 잃지 말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신 덕분에 희망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두 차례의 도전 끝에 2013년 마침내 임용고사에 합격한 남 교사는 첫 발령지인 성산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친 지도 벌써 2개월이 넘었다.


남 교사는 "처음 학교에 왔을 때 학생들이 눈이 보이지 않는 나를 보고 어려워하지 않을까 많이 걱정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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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첫날 학교 방송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신이 장애를 갖게 된 과정을 설명하며 장애란 누구에게나 어느 날 불시에 찾아올 수 있고 장애가 있는 사람도 '보통 사람'과 똑같다고 설명해준 것도 이 때문이다.

남 교사는 "다만 내가 학생들의 얼굴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인사할 때는 자기가 누군지 밝혀달라고 당부했다"며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지금은 먼저 큰 소리로 이름을 말해준다"고 전했다.

물론 눈이 안 보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 수업 준비를 위해 관련 교재나 자료를 일일이 점자로 변환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수업할 때 칠판 판서를 못하거나 학생들이 딴청을 피우고 심지어 돌아다녀도 알 수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남 교사는 시각적인 수업이 필요할 때는 판서 대신 파워포인트(PPT)를 이용하고 보조 교사를 활용하면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가는 중이다.

남 교사는 "갑자기 장애를 얻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도전해온 내 모습에서 아이들이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15일 처음으로 스승의 날을 맞는다"며 "아이들이 깜짝 이벤트를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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