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실적이 악화된데다 여름철 매출도 신통치 않았던 화장품 업계가 예년보다 빠른 추석 대목을 재기의 계기로 보고 일찌감치 추석 마케팅에 돌입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이미 이달 초 전문점에 가을용 제품 입점과 함께 기획선물세트를 내놓기 시작, 추석을 의식한 매대 선점 경쟁에 나섰다.
태평양은 이번 주 휴가 시즌이 끝남고 동시에 대대적인 가을 프로모션에 돌입하고 추석 매출을 끌어 올리기 위해 모든 마케팅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 조만간 출시 예정인 신상품도 모두 기획세트로 구성해 내놓을 예정이다. 태평양 관계자는 “추석이 있는 달의 화장품 매출은 월평균 매출의 1.5배에 달한다”며 “8~9월 매출은 거의 다 추석에 의존하는데다 경기 악화로 지난 2ㆍ4분기에 힘든 상황을 보낸 만큼 올해는 추석 특수에 거는 기대가 유달리 크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도 생활용품과 화장품 추석 품목의 기업체에 대한 특별판매에 나선 것을 비롯, 시중에 내놓을 제품 세트에 대한 품목 조정을 마치고 이번 주부터 시중 판매에 돌입할 예정.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합한 매출 가운데 추석 특수의 비중이 10% 안팎에 달한다”며 “추석은 설날보다 매출 비중이 높은 `대목`”이라고 말했다.
애경산업도 8월 초부터 신제품을 포함한 기획세트를 시중에 내놓기 시작했다. 애경 관계자는 “추석이 예년보다 빨라서 변질 위험이 있는 육류나 공급에 차질이 예상되는 과일보다는 생활용품ㆍ화장품 세트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며 “생활용품과 화장품의 추석기간 매출 목표를 예년보다 30% 높은 총 550억원으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나드리 화장품은 불경기를 감안한 중가 세트를 구성하고 내장하는 증정품도 비누나 리필 제품 등 실생활에 필요한 제품 위주로 구성해 고객 잡기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자금이 넉넉치 않은 중견업체들 사이에서는 추석 대목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 국내업체의 경우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후 명절이나 특정 기간에 예상됐던 특수효과는 약화되고 있다”며 “일부 선두 업체들을 제외하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도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전문점 측에서도 재고 물량 파는데 급급해 추석선물세트 같은 신상품 받기를 꺼리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