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권경쟁을 바라보는 단상/이부영 국회의원·민주당(로터리)

15대 대통령선거가 이제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21세기 한국을 열어갈 국가경영자를 선출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흔히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여야의 대선경쟁을 지켜본 우리의 마음은 어쩐지 공허하기만 하다. 국가경영을 맡아보겠다는 포부를 가진 인물들간의 경쟁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무엇이 빠져있기 때문이다.사실 우리는 여당내 「7룡」들간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다. 21세기 한국의 국가경영노선에 대한 입장 차이가 얼마나 크길래, 지금처럼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동안 대단히 이질적인 정치행보를 해왔던 주자들이 어느날 갑자기 함께 손잡고 연대를 과시하고 있는 광경을 이해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노선이나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정치적 입지에 대한 계산에 따라 주자들간의 합종연횡이나 연대가 이루어지는 것이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현실이다. 그래서 나라의 21세기를 책임지겠다는 집권여당내에서조차 노선과 정책에 입각한 연대나 경쟁은 찾아보기 어렵고, 인물중심·지연중심의 정치적 이합집산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야당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야당의 두 후보가 집권할 경우 도대체 무엇이 달라지는 것인지, 야당의 국가경영노선이 현재 정부 여당의 그것과 얼마나 다른 것인지, 국민들은 실감있게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들이다. 야당조차도 그저 누가 들어도 귀에 거슬리지 않을 듣기좋은 말만 나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후보들이 저마다 국가경영노선과 정책을 내걸고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멋진 경쟁의 모습을 우리는 언제나 볼 수 있을까. 기업의 경쟁력을 최우선하겠다는 후보도 있고, 국민복지시대의 개막을 선언하는 후보도 있고, 임기중 통일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후보도 있는, 그래서 유권자들이 옳다고 믿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성숙한 경쟁은 우리에게는 아직 요원한 일인가. 이대로 간다면 15대 대통령선거는 또다시 정략만 난무하고 비전은 없는 선거로 전락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여의도광장 저편의 한 전광판에서는 우리에게도 21세기가 얼마 안남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관련기사



이부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