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항공권 대기 예약을 한다.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일부 여행사에서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 예약만 가능한 상태로 저렴한 항공권을 띄워 놓아 소비자를 끌어 모은 뒤 다른 상품이나 항공권을 예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항공권 판매를 대행하는 여행사들은 예약이 취소될 경우를 대비해 좌석 예약이 모두 끝난 후에도 추가로 대기 예약을 받는다. 예약이 취소돼 좌석이 나면 항공사가 보통 2~3일 전에는 대기 예약자에게 전화를 걸어 발권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통보한다. 요즘 같은 성수기에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나 가격의 항공권을 찾기 위해 많은 소비자들이 여러 항공권에 대기를 걸어 놓는다.
그러나 실제로 대기 예약자가 항공권을 얻기는 어렵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라 예약 취소가 드문 것도 있지만 여행사에서 의도적으로 저렴한 항공권을 '대기예약' 상태로 만들어 놓고 다른 상품을 사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행사들은 항공권 판매보다는 상품 판매가 이익을 내는 주요 수단이기 때문에 일단 저렴한 항공권으로 고객을 끌고 다른 여행 상품에 눈을 돌리도록 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최종적으로 대기자를 배정하는 항공사들은 자사 마일리지 VIP 고객에게 먼저 자리를 주고 있었다.
대기예약 고객의 좌석 배정을 담당하는 항공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선착순으로 배정을 하지만 VIP 고객이 있을 경우 먼저 자리를 준다"며 "업계의 관행"이라고 말했다.
여행사들이 대기자를 활용한 영업을 하는 것은 대기자 관련 정보 제공이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항공편별 최대 대기 가능 인원이나 예약자의 대기 순서를 알려주는 사이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여행사들은 자신들이 판매를 대리할 뿐 대기자 기준이나 배정과는 관련이 없어 정보를 표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예약이 언제 몇 석이나 취소되는지를 여행사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다"면서 "최대 대기 숫자도 항공사에서 정하기 때문에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그동안 누적된 자료를 활용해 노선별ㆍ시기별로 대기 예약 수를 그때그때 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기나 노선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한 여행사에 배분하는 대기자 규모는 보통 30~40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항공권 대기 관련 정보는 영업비밀이라며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대기 예약 기준이나 규모를 공개하는 것은 그동안 축적된 항공사의 영업기밀을 누출하는 셈"이라며 "노선과 시즌별로 기준도 유동적이라 정보를 제공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