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온정적 보수주의의 종말

영국 정부가 퍼주기식 복지정책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보조금 수혜조건을 한층 까다롭게 만들어 놀고먹는 젊은이들을 일터로 내보내겠다며 복지정책 개혁안을 발표했다. 자녀가 많은 실업가정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하고 25세 미만의 청년실업자에게 주는 주택 보조금도 크게 줄이기로 했다. 선별적 복지정책을 통해 무임승차를 없애고 일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책기조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것이다.


복지국가의 모델인 영국이 복지시스템에 메스를 들이댄 것은 한해 2,070억파운드에 달하는 막대한 복지지출에 따른 재정적자로 나라 살림이 거덜날 위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85.7%에 달해 구제금융을 신청한 스페인을 훨씬 웃돈다. 캐머런 총리가 종종 프랑스의 재정위기를 거론하지만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오히려 영국이 더 위험하다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다. 기업들도 막대한 복지비용과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동유럽으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청년실업률이 20%까지 치솟는 등 성장동력마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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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 총리는 지난 2010년 선거에서 '온정적 보수주의'를 내걸고 당선됐다. 그랬던 그가 국가적 위기상황을 직시하고 자신의 정책노선을 과감히 포기하는 용기를 보였다. 전통 보수주의와 달리 의료혜택 확대, 대학 보조금 지원 등 공공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식의 정책노선이 정치적 구호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절감한 것이다.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기존 선거공약을 백지화하고 소비세 인상을 강행하는 결단을 내린 것도 마찬가지다. 여론조사기관 유거브에 따르면 영국 국민의 74%는 캐머런 총리의 복지 축소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과도한 복지비용 지출에 따른 사회적 대가가 너무 크다는 정치 지도자들의 간절한 호소가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낸 덕분이다.

우리나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보수세력을 대변해야 할 새누리당까지 앞다퉈 표만 얻으면 그만이라며 무상복지를 부르짖고 있으니 말이다. 이미 영유아 무상복지가 중단되는 등 포퓰리즘 정책의 후유증은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정말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캐머런 총리의 자성과 용기를 "영국적 상황일 뿐" 정도로 일축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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