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한국 백화점의 위상

오진현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마케팅기획팀 부장>

최근 주변 사람들로부터 장기화된 경기침체의 원인과 백화점 매출추이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되는데 사실 그때마다 대답하기 어렵다. 경기침체에는 복잡한 원인이 있겠지만 고객과 직접 대화하는 업체에서 종사하는 입장에서 보면 고객의 쇼핑에 대한 시각은 변화하고 있는데 업계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백화점들은 고객의 변화를 알면서도 과거의 관행처럼 굳어졌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인 부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단기적인 실적에 급급해 세일 일수를 늘리고 과다한 판촉행사를 시행하며 백화점 업체간 마켓쉐어 경쟁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러한 판촉 경쟁은 결국 정선된 고품질의 상품보다는 행사를 위한 저가 기획상품의 유통을 촉발해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고객을 백화점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 위험이 있다. 한국의 백화점들은 지난 90년대의 고성장과 산업구조 조정을 통해 외부 환경이나 시설적 측면에서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하드웨어를 갖추게 된 반면 외적 성장의 그늘에서, 내적인 차별화에서는 아직 성숙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제 다시 한번 백화점업계는 변신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 변신의 틀은 앞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고객의 요구가 다양해지는 만큼 다양한 모습의 백화점이 존재해야 한다. 백화점을 단순한 쇼핑공간이 아닌 독특한 체험공간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백화점 방문을 통해 감성적 혜택과 가족 생활의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어떤 백화점은 고급스러운 문화가 있는 백화점, 어떤 백화점은 앞서가는 정보가 있는 백화점, 또 다른 백화점은 젊음의 활기가 느껴지는 백화점이 되어서 함께 성장해나가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다행스럽게도 2004년 현재 국내 백화점업계는 미약하지만 그런 변화의 모습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외형성장을 위한 무리한 점포 출점에서 벗어나, 기존 점포를 재구성하고 고객의 발길을 다시 백화점으로 돌리려는 노력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 늦었지만 경기불황에 한숨을 쉬기보다는 백화점의 존재 목적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생활을 업그레이드하는 문화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할 때 잊고 있었던 새로운 고객들이 백화점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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