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당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계파간 정쟁구도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반 정동영’을 선언한 유시민 후보의 발언 이후 실용파인 ‘정동영계’와 개혁파 ‘김근태계’의 경쟁구도가 눈에 띄게 나타나는가 하면 상대후보 진영에 대한 경계심이 도를 넘어 표출되고 있다.
바닥 대의원들의 표심이 드러난 시ㆍ도당 대의원대회에서는 계파간 결집과 연대가 두드러졌다. ‘실용파’가 경기와 인천지역을 석권하자 위기감을 느낀 ‘개혁파’가 서울에서 역전승을 거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전체적인 결과는 실용파의 판정승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실용파는 시·도당위원장 7명(전체 16명), 중앙위원 21명(전체 72명)을 확보해 각각 3명과 14명에 그친 개혁파를 압도했다.
시·도당 중앙위원 선거가 당의장 경선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거 결과에 대한 해석과도 확연하게 갈린다. 실용 후보측은 “정동영계를 지지한 표심은 결국 우리에게 올 것”(문희상 후보측)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장영달 후보측이나 개혁당파 후보들은 김근태계와 개혁당파의 표가 합쳐지면 실용파를 압도한다는 계산이다.
계파간 경쟁구도는 당의장 경선 종반으로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재야출신의 당권주자인 장영달 후보는 29일 충북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당의 일부 386세대 의원들이 신속히 보수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극히 우려한다”며 “곪은 상처를 덮어두고 단결로 가자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밝혔다.
개혁보다는 당의 통합과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고 있는 386 의원들에게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서울시당 위원장에 당선된 유인태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유시민 의원의 ‘반 정동영’ 언급에 대해 “그런 발언이 나온 배경을 이해한다”고 밝혀 당내 계파간 노선싸움이 치열하다는 사실을 시사했다.
당권주자간 노선과 계파가 분명하게 갈리면서 후보들 사이에서 네거티브 전략이 등장하는 등 선거가 혼탁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일부 후보가 대의원들에게 금품ㆍ향응을 제공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 정도다.
문석호 당 선관위 부위원장은 “금품 제공행위 적발시 신고자에게는 50배의 보상을, 해당 후보측에는 50배의 벌금을 물기로 했는데도 아직 신고가 접수된 건은 없다”면서 “적발시 홈페이지를 통해 후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여부를 떠나서 이 같은 소문이 제기됐다는 사실 자체가 ‘구태정치’의 수준을 못벗어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있다.
선거가 막바지에 이를수록 차기 대선의 전초전, 편가르기 성격이 짙어져 전당대회가 끝나더라도 적지 않은 앙금이 쌓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