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5월3일] 압축공기 지하철


‘압축공기가 차량을 움직인다고? 그것도 지하에서!’ 사람들은 앨프리드 비치(Alfred Ely Beach)의 계획을 비웃었다. 그럴 만했다. 1849년에 발표된 구상이었으니까. 자신이 운영하는 과학잡지(Scientific American)에 ‘압축공기로 움직이는 지하철(Pneumatic Subway)’ 계획을 발표한 비치는 냉소적인 반응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구상이 현실로 나타난 것은 1867년. 뉴욕에서 열린 박람회 전시장의 천장에 직경 1.6m, 길이 32m짜리 튜브를 매달고 튜브 속에서 압축공기로 움직이는 구동 모델을 선보였다. 시민들의 호응에도 비치는 또다시 벽에 부딪쳤다. 정가를 주름잡던 트위드 상원의원의 반대 때문이다. 어렵게 기회를 잡은 것은 1869년 5월3일. 트위드가 뇌물수수 논란으로 숨죽이고 있던 틈을 타 건설허가를 얻어냈다. 빌딩의 안전을 우려하는 건물주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남몰래 공사를 진행했던 그의 지하철은 1870년 2월 말 공개돼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노선의 길이라야 95m. 100마력짜리 엔진에서 나오는 압축공기로 움직이는 지름 2.7m짜리 원통형 차량도 최고 시속 10㎞ 안짝이었지만 승차감은 더없이 좋았다. 소음도, 진동도 없었던 비치의 지하철은 2년간 40만명의 승객이 찾았다. 비치는 25센트씩 받았던 운임을 고아원에 기부, 명망도 얻었지만 사업은 진척되지 않았다. 트위드 일당의 반대 로비와 1873년 불어 닥친 주가 대폭락으로 인한 불황 탓이다. 결국 비치의 사망(1896년) 이후 그의 시스템도 잊혀지고 말았다. 압축공기를 사용하는 교통수단의 꿈은 아직도 살아 있다. 진공과 압축공기를 결합한 지하교통망은 미래의 대안으로도 꼽힌다. 인간은 죽어도 그 창의력과 의지의 수명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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