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일석이조 KSP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는 비단 인간 관계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국가 간 무역·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용창출·수출확대·경제성장 등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는 만큼 상대국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상대가 후발주자인 신흥국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식 원조 모델인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Knowledge Sharing Program)은 선견지명에 가깝다. 신흥국에 우리의 개발경험을 전수해주는 이 사업은 어언 10년의 노하우가 쌓인 만큼 많은 구애의 손짓을 받고 있다. 원조수혜국에서 원조공여국이 된 유일한 나라이니 신흥국 입장에서는 우리만큼 좋은 롤모델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신흥국 출장길에 정부 인사들을 만나면 으레 개발경험을 전수해달라는 말이 단골메뉴처럼 등장한다.


국제사회의 요청에 화답하듯이 KSP도 한 단계 진화해야 한다. 개별협력 분야에서 우리와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는 일본과 중국은 막대한 원조 물량을 쏟아 붓고 있다. 따라서 KSP를 확대해 글로벌 상생협력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신흥·전략국가들과 경협을 확대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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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발전의 DNA를 이식시킨다는 취지로 올해부터 비즈니스와 연계한 개발협력 사업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KOTRA가 주축이 돼 산업육성과 무역·투자에 대한 정책자문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예를 들면 도로·전력·용수 등의 인프라가 약한 신흥국에 우리 중소·중견기업들이 편하게 진출하도록 전용공단을 건설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로 아주 유용할 것 같다.

전용공단 건설은 이미 몇 나라에서 협의 중이고 얼마 전 열린 한국∼미얀마 경제협의회에서도 이구동성으로 논의될 정도로 KSP의 내실을 다지는 주요 영역이다. 또한 정보기술(IT)의 강점을 활용한 전자정부·전자통관 시스템 구축도 개발협력 사업으로 적합하다. 정상외교 등에서 이러한 사업들을 우리 정부가 경협·통상 협상의 주요 의제로 활용하면 될 것이다.

무역·투자의 경험 전수는 우리로서는 가장 자신 있고 경쟁력을 갖춘 분야다. 이미 미얀마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한국형 무역·투자 진흥기관의 설립을 지원하고 있고 모로코와 라오스 등 많은 신흥국에서 관련 교육과 전문인력 양성 등 역량공유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월드뱅크 등 국제기구에서도 우수성을 인정하는 외국인투자 옴부즈맨 제도 또한 한국형 개발협력 모델로 손색없다.

"사다리를 오르는 데 가장 힘든 일은 아래에 있는 군중을 설득해 자기 편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후발 개도국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경구로 들린다. 우리 개발경험을 전수해주는 KSP는 신흥국들의 성장을 돕는 상생협력 모델인 동시에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을 확대하는 지렛대이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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