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명품도시

요즘 ‘명품’이란 단어가 인기다. 시계나 가방과 같은 생활용품은 물론이고 설렁탕에도 ‘명품’ 글자가 들어가면 더 잘 팔린다고 한다. 명품이란 단지 값이 비싼 제품이 아니다. 오래 숙성된 브랜드의 이념 속에서 세대를 뛰어넘는 자신만의 향기와 가치를 일관되게 갖는 것이다. 또 아버지가 아들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대물림할 수 있는 ‘질(質)’을 담보하는 것이다. 명품도시 역시 도시민들에게 총체적인 삶의 질 향상과 지속가능한 발전 여건을 제공할 수 있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도시는 인간이 물리적으로 만들어낸 가장 큰 환경이다. 그 속에서 집과 건물이 하나 둘 모이고 이웃과 거리의 가로등 하나하나와도 관계를 만들어나가면서 삶의 의미를 갖는 곳이다. 우리 삶의 조건이기도 한 도시에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일궈나가야 할 것인가. 아파트 지하로 버스가 다니고 동네마다 도서관이 있고 집 근처 모델하우스는 미술관으로 사용되는 도시, 생계비가 줄어들고 행복이 늘어나 여성과 주부들에게 살맛 나는 도시가 진짜 명품도시가 아닐까. 확 트인 아스팔트 넓은 도로도 있지만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길도 있는 도시, 출근길 지하철역 계단을 빠르게 내딛는 걸음 대신에 일상을 벗어던지고 느린 걸음의 삶이 있는 도시를 보고 싶다. 전통을 보전하고 수려한 자연경관을 가꾸면서 더불어 독특한 지역의 문화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무(無)에서 유형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최상의 방법이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도시의 역사를 보존하고 함께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터전이 되지 못한다면 그 도시는 ‘명품도시’가 아니라 ‘짝퉁도시’일 뿐이다.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이자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로 불리는 브라질 쿠리티바, 환경재앙도시에서 저녁 별빛이 아름다운 도시로 탈바꿈한 일본 기타큐슈, 자전거가 교통의 45%를 차지하는 이른바 자전거도시로서 ‘느림보 철학’이 통할 만큼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된 네덜란드 델프트 등 세계 명품도시들은 스스로 진화하고 깨어나고 있다. 역사가 도시를 빛내고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지며 경제적으로도 여유 있는 그야말로 살기 좋은 도시,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일 수 있는 명품도시를 건설하려는 것은 필자가 몸담고 있는 토지공사의 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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