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27일] 올림픽 강국, 스포츠 강국

“고교팀이 60개인 나라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건 대단하다.”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에서 사상 첫 금메달의 쾌거를 이룬 다음날인 지난 24일 이승엽은 한국 야구의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금메달의 기쁨에 ‘세계 최고’라 자부하고 싶었겠지만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을 듯싶다. 5월 현재 일본고교야구연맹에 속한 고교 야구팀은 4,163개. 한국 야구와 일본 야구를 모두 경험한 이승엽은 우리 고교팀 수가 일본의 끝 두 자리(63개)보다도 적은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번에 13개라는 역대 최다 금메달을 따며 7위라는 대단한 성적을 냈다. 4년 전 5위였던 일본을 8위로 밀어내고 ‘공룡’ 중국에 이어 아시아 2위도 탈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체육의 현실이 세계 10강이라 자부할 만한가. 우리의 스포츠 토대가 선진국들과 견줄 수준인가. 이번 올림픽 성적을 두고 영광에 취해 수치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야구뿐 아니다. 금메달 종목의 폭이 다소 넓어졌다지만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수영의 박태환, 역도의 장미란, 감동적이었던 핸드볼 등의 수확이 비옥한 토양 덕이라 할 수 있을까. 우수한 형질을 타고난 걸출한 개인의 재능, 또는 초인간적인 투혼에 의한 성과라는 주장에 누구도 주저없이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 것이다. 대한체육회의 올해 예산은 1,250억원가량이다. 주요 선진국이 1년 국가예산의 0.5% 정도를 체육계에 쓰고 있지만 우리는 0.05%도 안 된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힌다. 세계 7위에 오른 것은 기적이다. 냉전시대 종말 이후 스포츠는 국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중화의 부활을 알리기 위해 엄청난 물량을 쏟아부은 중국은 종합 1위에 등극하며 세계 패권을 장악하려는 ‘팍스 시니카’ 시도의 발판을 놓았다. 금의환향한 베이징 영웅들은 장관의 마중과 퍼레이드, 청와대 오찬 등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은 지금보다 나은 시설과 지속적인 관심이다. 소박하지만 한국 스포츠의 앞날에 대한 애정이 담긴 그들의 소망에 정부와 체육계ㆍ국민들도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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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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