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어린 딸을 버리고 가출한 남편에게 "가정으로 돌아가 가족을 돌보라"는 법원의 이색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 20단독 손왕석 부장판사는 10일 주부 A(30)씨가 남편 B(32)씨를 상대로 낸 부부동거 등 신청 사건에서 B씨에게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살라고 심판했다. 현행 민법은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며 협조해야 한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로 일시적으로 동거하지 않을 때는 서로 인정해야 한다'며 부부간 동거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별거하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B씨는 부인과 동거할 의무가 있고 생활비 및 자녀 양육비도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B씨는 지난 2008년 8월 생후 5개월밖에 안 된 딸과 부인을 내버려둔 채 집을 나갔고 생활비와 양육비도 전혀 보내주지 않았다. 이에 A씨는 남편을 상대로 집으로 돌아오고 매달 일정한 생활비와 양육비를 달라는 취지의 심판 신청을 서울가정법원에 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못살겠다며 이혼을 신청하는 경우는 많지만 집을 나간 배우자와 같이 살겠다는 취지의 신청을 하는 경우는 없다"며 "이번 사건이 부부동거 명령이 내려진 첫 경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원의 동거 명령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향후 더 이상 결혼을 유지할 수 없어 이혼소송이 제기되면 남편 쪽이 위자료 산정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