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러운 도요타自 노조의 성숙한 자세

일본 최대의 기업으로 꼽히고 있는 도요타(豊田)자동차 노조(조합원 5만8,000명)가 올 춘투(春鬪)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 일본 노동계에 잔잔한 파문을 던지고 있다. 오는 3월말 결산인 도요타 자동차는 지난해 경상이익만도 사상 최대인 1조5,000억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노조의 결정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급변하는 세계 정세와 경제의 불확실성이 이 같은 결정에 이르게 했다고 밝히고 '가믐때 홍수를 대비하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새 정부 출범에 맞추어 강도 높은 춘투를 예고하고 있는 우리나라 노동계와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도요타 자동차 노조는 올 임금인상을 포기하는 대신 성과급 형식으로 1인당 평균 연간 6만엔의 지급만 사측에 요구키로 했다. 성과배분은 조합원의 신성한 노동의 대가에 대한 보답이라는 이유에서다. 한편 닛산(日産)자동차 노조는 상징적인 의미로 1,000엔의 임금인상을 요구키로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닛산 자동차는 프랑스 출신의 경영인 카르로스 곤을 사장으로 영입하는 극약처방을 써야 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카르로스 곤은 취임후 노조의 협조아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 2년 연속 경상이익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금년에만도 6,600억엔의 경상이익을 낼 것으로 보이는 닛산으로서는 노조가 회사 발전을 위한 파트너가 된 셈이다. 일본 최대의 통신업체인 NTT노조도 뒤따라 임금인상 요구를 포기, 인상 포기가 올 일본 노동계의 대세가 돼버렸다. 최근 몇 년 들어 일본의 노동계는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 일본 노동계의 상징이랄 수 있는 춘투는 거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며 노조의 집회는 노사회합의 장(場)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1990년 이래 13년째 계속되고 있는 장기불황이 일본의 노사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올 춘투를 앞두고 임금인상을 포기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회사가 먼저 살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가입율이 전후 최저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물론 재계에서도 노조의 이 같은 변화에 적극 화답하고 있다.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經團聯)이 "앞으로 춘투는 노사가 회사의 경영상태 및 사회보장제도 등을 폭 넓게 토의하는 장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노조를 동반자관계로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노조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투쟁만이 능사인 시대는 지났다. 노조 때문에 기업하기 힘 들다는 기업인들의 하소연은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증폭시킨다. 외국인 눈에 비친 이미지가 특히 그렇다. 도요타 자동차 노조의 임금인상 포기선언은 앞날을 위한 투자로서 우리 노동계에 시사하는 바 크다.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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