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류의 피할 수 없는 운명 ‘로봇 혁명’

■ 로봇만들기 (로드니 브룩스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BR>세계 로봇공학계 일인자의 연구성과 총정리<BR>개발의 현재와 미래·과제등 구체적으로 설명



‘현재 세계 로봇 공학계의 일인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인공지능 및 로봇 공학 분야 학자들은 가장 먼저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 MIT 인공지능연구소장을 떠올린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정작 로드니 브룩스가 누구이며 그의 연구가 왜 그토록 중요한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인공지능 로봇 공학계의 이단아 혹은 괴짜로 통한다. 흩날리는 긴 퍼머 머리와 날카로운 그의 눈매는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게 한다. 그가 스탠퍼드 인공지능연구소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호주 벽지 촌뜨기가 세계 최고 연구소의 수장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1985년 제 2회 국제 로보틱스 심포지엄에서 그는 기존 로봇 공학계의 이론과는 다른 ‘포섭구조(Subsumption Architecture)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 놓아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포섭구조란 로봇에게 기본적인 동작만 제어해주고 높은 수준의 행동은 대상과 상호작용을 하며 행동하도록 하는 방식을 말한다. 높은 지능이 필요로 하는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일일이 구체적인 지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 스스로가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복잡한 행동 패턴을 하도록 이끄는 방식이다. 그는 “복잡한 행동은 복잡한 환경의 투영이지 결코 복잡한 제어의 결과는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당시 이 같은 주장이 파격적이었던 것은 로봇이 복잡한 과제를 완벽하게 해내려면 세계에 대한 정확한 지도, 환경에 대한 명백한 지식을 먼저 구성해야 한다는 믿음이 기존 로봇 공학계에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연구 초창기에는 체스나 미적분, 고차 수학문제 증명 같은 것을 지능이라고 생각했다. 보기나 걷기 같은 행동은 저차원의 단순한 판단 문제로 여겼다. 어린아이나 하등 동물도 보거나 걷는 일은 큰 어려움 없이 쉽게 할 수 있다는 선입견이 오히려 인공지능연구의 발전을 가로막았던 것이다. 이 같은 와중에 브룩스가 오히려 기존 교의(敎 義)를 부정하고 간단한 행동에 대한 지시를 바탕으로 해야만 고차원적인 지능적 활동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내놓았으니 기존 학계의 충격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만하다. 이날 학회 발표의 결과는 오늘날까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의 포섭구조 이론은 이제 로봇공학 연구의 주류이론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1만여개가 팔려나간 마루청소용 로봇 ‘룸바’는 그의 이론을 가장 잘 설명하는 로봇으로 불린다. 초창기 청소용 로봇 설계자들은 로봇이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했다. 그래서 3차원적 시각시스템 등 다양한 방법을 도입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브룩스는 무작위적인 상호작용 행동에 의해 청소가 완벽히 이뤄질 수 있다고 보았고 이제 이 같은 생각은 업계 상식이 됐다.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은 ‘다르게 사고하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특정의 문제를 어떻게 공략하는지를 보고 그들 모두가 의견이 일치하는 까닭에 심지어 전혀 거론조차 하지 않는 핵심적인 길을 발견하려 했다. 그리고 나서 그 중심적이고 암묵적인 믿음을 부정하고, 그것이 나를 어디로 인도하는지 보려 했다.” 로드니 브룩스는 ‘로봇만들기’라는 책에서 로봇 개발의 현재 수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조목조목 설명해놓고 있다. 그의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불리는 다리 6개 달린 보행로봇 ‘징기스(Genghis)’, 시각 활동 및 대화를 통해 성장하는 로봇 ‘키스멧(Kismet)’, 현재까지 인간 지능에 가장 근접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인정받는 ‘코그(Cog)’ 등의 탄생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의 관심은 그저 고차원적인 로봇의 창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로봇 공학이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될 의식과 윤리의 문제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그의 철학적 깊이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 책의 원제목인 ‘육체와 기계(Flesh and Machines)’라는 말이 암시하듯 그는 인공지능ㆍ로봇공학의 발전이 결국 육체와 기계의 융합을 가져올 것이라고 결론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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