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투자의 창] 신흥국 리스크 '응답하라 1308'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해외상품부 이사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요기 베라'가 모든 일은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의미에서 한 명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의 망령이 신흥국에 외환위기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퇴임을 앞두고 양적완화를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을 압도하면서 미국은 물론 금융시스템이 취약한 신흥국들이 먼저 충격을 받고 있다. 실제 750억달러의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달러 수준으로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가 신흥국들에 '금융경련(Financial Spasm)' 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의 페소화는 올 들어 22.5%나 평가절하됐으며 터키 리라화도 11.2%, 멕시코 뉴페소화도 3.76%나 가치가 하락했다. 글로벌 증시도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미국 S&P500지수도 올 고점 대비 4.2%나 떨어졌고 일본의 닛케이지수도 직전 고점 대비 8.2% 하락했다. 외환 취약국으로 분류되는 인도네시아 증시도 4.8% 하락해 2013년 8월 사태가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사실 지난해 8월에도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하면서 전세계 증시가 크게 출렁거렸다. 전세계 유동성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우려감으로 신흥국 중에서 인도네시아 증시는 2주 만에 무려 18% 이상 하락하기도 했으며 미국 다우지수도 한 달 만에 5.7%가 하락 하는 등 전세계 금융시장이 큰 충격에 빠져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사라져 양적완화의 축소가 경기회복의 중요한 반증으로 인식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은 안정을 찾았고 이후 미국의 다우지수는 사상최고치를 갱신하는 등 강세를 이어갔다.

물론 최근 아르헨티나나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들의 경상수지나 외환보유액은 1997년 외환위기와 비교할 때 크게 개선된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상수지는 1997년 48억달러 적자에서 지난해 3·4분기까지 241억달러 적자로 경상적자는 오히려 더 늘었다.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도 1997년 224억달러와 큰 차이 없는 251억달러(2013년 11월 말)로 경제체력이 여전히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인도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을 필두로 터키가 기준금리를 4.5%에서 10%로 두 배 이상 인상하는 등 적극적인 환율방어에 나서고 있어 신흥국들의 '디폴트 쓰나미'가 일어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추가적인 미국의 테이퍼링 여부는 조만간 드러나겠지만 지난해처럼 테이퍼링이 경기회복의 의미 있는 시그널로 작용하면서 선진국은 재차 상승추세로, 신흥국은 정상적인 안정국면으로 진입할 수도 있다. 요기 베라의 말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미리 포기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응답하라 1308' 즉, 2013년 8월과 같은 응답을 시장은 기다리는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