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그룹<멕시코 티후아나 HYMEX>(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미주컨테이너 석권” 도약 담금질/가동초기 눈덩이 적자에 근로자들 툭하면 이탈등 고난/노사 손잡고 기술교육·품목다각화·시장개척 역경돌파/이젠 주문 물밀듯… “21세기엔 종합기계사” 꿈지난 91년 8월 서울 계동 현대정공 본사 정몽구 당시 현대정공회장(현 그룹회장)집무실. 정회장은 박성도 컨테이너사업본부장(전무)을 불렀다. 정회장은 그에게 출발부터 각종 걸림돌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있는 멕시코 티후아나시 컨테이너공장(HYMEX)대표 임명장을 수여했다. 『HYMEX를 정상화시키라』는 특명과 함께. 『컨테이너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자네가 온갖 어려움을 겪고있는 멕시코 공장도 맡아 정상화시켜야 합니다. 현지로 가서 뒤뚱거리는 멕시코공장의 불씨를 살려내시요.』 박대표가 부임할 즈음 HYMEX는 90년 생산개시후 한해 1백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고전을 하고 있었다. 현지 주재원들은 죄인의 심정을 가누지 못했다. 멕시코 프로젝트는 지속해야 하느냐, 철수하느냐 하는 중대기로에 봉착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화 특명」을 받은 그는 이에 필요한 밑그림을 하나하나 다시 그려가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공장 가동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랴, 미국등의 바이어들로부터 일감수주하랴. 멕시칸 기질로 유명한 현지근로자들의 낮은 생산성과 낮은 애사심도 예상치 못한 악재였다. 박대표는 『국내연수와 현지직업훈련원등을 통해 어렵게 키워놓은 근로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품질에 하자가 발생하고, 납기를 제대로 못맞출 땐 눈앞에 캄캄하고 허탈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월요일 결근율이 20%에 달하고, 이직율도 월 15%에 이르는 이들을 「현대맨」으로 개조하기위해 강도높은 군기잡기에 나섰다. 월요일 상오 7시마다 근로자 1천명 전원을 운동장에 집합시켰다. 애국가를 부른 후 조직생활에 필요한 에티켓과 주인의식을 갖도록 강조했다. 처음 줄을 세우는데 만 30분이상이 걸릴 정도로 근로자들의 정신자세가 이완돼 있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각종 노력는 점차 가시화됐다. 첫째 컨테이너를 제작하는 필수적인 용접공등 근로자들의 이직율과 결근율이 초창기 20∼25%대에서 5%대로 크게 낮아졌다. 이같은 결근율은 티후아나시에 있는 외국투자기업중 가장 낮은 수치다. 인력도 국내연수와 현지훈련을 통해 꾸준히 양성했다. 현지인 조장 반장에게는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었다. 이들은 근로자이탈막기에 적극 나서는 등 경영안정화에 핵심역할을 했다. 멕시코프로젝트에 초기부터 현지주재해온 손양호 과장은 『나가는 근로자들의 빈자리를 충원하기위해 매주 모집공고를 내는 등 필요인력을 수도 없이 뽑아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껏 1만명의 근로자들이 멕시코공장(현 8백50명)을 거쳐갔다고 지적. 멕시코공장은 이같은 역경을 극복하고 현대정공 컨테이너사업의 글로벌경영을 위한 핵심전략거점으로 자리잡았다. 세계 냉동 컨테이너시장의 45%가량을 차지하는 현대정공 컨테이너사업의 21세기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말. HYMEX의 텔렉스로 한장의 전문이 들어왔다. 미국의 세계적인 컨테이너업체인 시랜드가 5백개이상의 냉동컨테이너를 발주한다는 낭보가 접수됐다. 업체간 과당경쟁과 수요위축으로 일감확보가 쉽지않은 가운데 터진 대형물량이어서 박대표등 멕시코공장관계자들에겐 화기가 감돌았다. 뿐만 아니다. 덴마크의 머스크라인, 홍콩의 플로렌스사등도 잇달아 발주를 알리는 텔렉스를 보내왔다. 현대정공은 11월 한달간 전세계 9개선사및 리스사들로부터 40피트급 냉동컨테이너 3천8백대, 20피트급 1천1백대등 모두 4천9백대, 1억1천5백만달러어치를 수주하는 개가를 올렸다. 잇단 낭보를 접한 HYMEX는 납기를 맞추기위해 풀가동에 돌입했다. 안면보호구를 쓴 용접공들은 납땜을 하느라 비지땀을 흘리는 등 근로자들사이에도 모처럼 생기가 감돌았다. 공장내 야드장엔 머스크, 시랜드 등 고정바이어에게 납품할 냉동컨테이너들이 빽빽히 쌓여 있었다. 컨테이너를 실고 갈 트레일러들도 분주히 왕래하고 있었다. HYMEX는 올들어 4개월치의 냉동컨테이너및 샤시 트레일러등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상반기까지 정상조업을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감이다. 송인정이사는 『전세계 바이어들이 20년이상 컨테이너 사업을 해오면서 세계최고의 품질과 브랜드인지도를 갖고 있는 현대제품에 대해 신뢰하고 있다』며 『세계최대 냉동컨테이너메이커의 위상을 수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올해 세계 냉동컨테이너 시장점유율 목표는 45%선. 국내 울산공장과 중국 청도공장등의 생산물량을 더할 경우 지난 92년이래 이부문 7년연속 1위를 고수하는 데 이상이 없다는 게 이곳 주재원들의 설명이다. 미국컨테이너 시장 석권을 위해 멕시코에 둥지를 튼 현지공장은 당초 그 목표달성을 위해 순항하고 있는 것이다. 부지 3만5천평규모의 HYMEX는 현재 ▲미국등으로 향하는 륙상고속도로를 이용,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벤 트레일러(월 7백대 생산) ▲컨테이너를 적재하는 샤시(8백대) ▲냉동컨테이너(5백대)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미국에 수출되고 있다. 이중 샤시와 밴트레일러는 미국 시장점유율을 각각 40%, 3%씩 차지하고 있다. 냉동컨테이너는 전세계 수요량(월 3천대)의 15%가량인 5백대를 공급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외형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2억달러를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18%증가한 2억3천6백만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품목도 초기엔 스틸컨테이너생산에 치중했다. 그러나 중국등 개발도상국의 맹추격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스틸컨테이너 생산을 중단하고, 냉동컨테이너, 트레일러등으로 품목을 전환하는 등 사업구조 재편에 힘써왔다. 박대표는 『세계컨테이너의 수요위축으로 앞으로의 시황은 장미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육상운송용 밴 트레일러의 품목을 기존 3개에서 5개로 늘리는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미국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정공이 멕시코에 생산거점을 마련한 것은 ▲주시장인 미국에 인접, 물량확보가 가능하고 ▲인건비가 낮아 원가경쟁력면에서 유리한 데다 ▲부품조달을 원할하게 할 수 있기 때문. 또 티후아나가 한국등 아시아지역의 선박들이 넘실대는 롱비치항구에 가까이 있는 등 도로 항만 부대교통시설등이 우수한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HYMEX는 현지화의 잇점을 최대한 활용,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지난 91년 가동에 들어간지 3년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데 이어 94년 7백5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5백만달러의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인건비가 멕시코보다 훨씬 낮은 중국등 후발국이 맹추격하고 있어 컨테이너사업만으론 현지완결형 경영에 한계가 있다는 게 이곳 주재원들의 지적이다. 박대표는 이와관련, 『컨테이너 사업의 경기등락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하기위해 사업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이를 위해 미국수출용 공작기계공장과 정공고유의 지프모델을 들여와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화차시장을 겨냥한 화차생산·판매도 추진하고 있다. 21세기엔 컨테이너외에 자동차, 철차, 공작기계등도 생산하는 종합기계메이커를 지향한다는 전략이다.<티후아나=이의춘> ◎한국주재원 신변안전 「또 하나의 숙제」/얼마전 일사장 납치 거액 몸값지불 곤욕/“다음은 우리” 퇴근때 특수경찰 에스코트 박성도 HYMEX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오 6시 티후아나 공장에서 퇴근할땐 현지 오토바이를 탄 특수경찰 2명의 에스코트를 받고있다. 우람한 체구에 권총을 휴대한 멕시코경찰은 미국과의 국경선인 센디에고 검문소까지 박대표가 탄 승용차를 바래다 준 뒤 돌아간다.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금요일 오후만 되면 회사 본관앞에는 은행소유 중무장 차량에서 은행 직원들이 근로자들에게 주급을 주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정문주변과 공장내 곳곳에는 검은색 제복을 입은 연방경찰요원들이 중무장화기를 휴대한채 삼엄한 경계를 펴고있다. 이는 티후아나시의 치안상태가 악화되면서 벌어지고 있는 진풍경이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일본산요의 티후아나법인대표가 인질범들에게 납치돼 2백만달러라는 거액의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나면서 신변안전문제는 현지외국기업 주재원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로 인해 주재원들은 신변안전을 위한 수칙을 마련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곳 주재원들은 일본산요대표의 납치이후 다음 표적은 한국주재원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퇴근후엔 현지에 머무는 것을 자제하고, 곧바로 거주지인 샌디에고로 귀가하고 있다. 출퇴근때에도 카풀제를 이용하거나, 신사복을 입는 대신 신분이 잘 노출되지 않는 캐주얼복을 즐겨입는다. 티후아나시 한국투자기업대표자회의 회장을 맡고있는 박대표는 티후아나시에 주재원들의 신변안전보장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에따라 박대표를 비롯 삼성그룹의 전자복합단지 박경팔대표등 고위경영자들이 현지경찰로부터 퇴근때 에스코트를 받는 등 신변보호조치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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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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