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동십자각] 현대, 삼성, 대우, LG의 공언

李世正 산업부 차장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현대·삼성·대우·LG 등 4대재벌이 얽혀있는 빅딜 얘기다. 현대와 LG의 반도체 통합, 삼성자동차-대우전자 맞교환 등 지난해 재계를 온통 시끄럽게 만들었던 2대 빅딜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면 4대재벌의 양식과 능력이 의심스럽다. 지난해 빅딜이라고 명명된 사업교환 등 구조조정은 8개업종에서 이뤄졌지만 이중 빅딜이라고 할만한 것은 사실 반도체 통합과 자동차-전자 교환 등 2개뿐이다. 이들 2대 빅딜은 그 자체로도 메가톤급 구조조정일 뿐아니라 대한민국 4대재벌이 관련된 사항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과정을 보면 4대재벌이 한결같이 「원치않는 빅딜에 합의한 만큼, 또는 이번 빅딜을 계기로 내 몫만큼은 철저히 챙겨야겠다」는 놀부 심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더 이상한 것은 2대 빅딜 모두 당사자들이 추진일정을 합의, 공식으로 발표해놓고 이 일정을 전혀 지키지 못하고 있는 일이다. 삼성자동차-대우전자 빅딜의 경우 지난해 12월7일 김대중 대통령 주재 정·재계 간담회에서 공식 발표됐다. 이후 지지부진하다가 지난 1월21일 이건희 삼성 회장과 김우중 대우 회장의 회동에 이어 지난 2월3일 이학수 삼성, 김태구 대우 구조조정본부장이 2월15일까지 기본합의서(MOU)를 체결하겠다는 합의서를 발표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 지난 1월6일 구본무 LG 회장이 金대통령을 방문, 현대전자에 LG반도체를 넘기겠다고 밝힌 이후 김영환 현대전자 사장과 강유식 LG 구조조정본부장은 1월말까지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1월말 시한을 지키지 못한 현대전자와 LG반도체는 2월11일 다시 추진일정 합의서를 발표, 자율적으로 20일까지 협상을 해보고 안되면 2월말까지 주식가치 평가위원회에 넘겨 어떻게든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4대재벌은 서로를 못믿어선지 추진일정 합의서를 발표할 때마다 양측 사장들이 서명한 합의서 원문까지 공개하고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면 책임있는 쪽이 금융제재를 감수하겠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이제 3월에 접어들었지만 4대재벌이 발표한 일정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총수와 그룹의 간판 전문경영인들이 약속해놓은 일정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4대재벌로서는 정부, 더 구체적으로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압력에 못이겨 추진일정에 합의했을 뿐이므로 자신들의 책임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합의된 일정을 지키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내 입장은 당연한 것이고 상대방만 조금 양보하면 타결될 수 있다는 유아적(幼兒的) 계산법에 사로잡혀 합의일정을 발표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됐건 이미 틀이 짜여져 있는 빅딜을 놓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합리적인 타협안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4대재벌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두렵다. 차라리 빅딜을 없던 일로 하고 서로 알아서 처리하도록 맡겨버리면 빅딜을 지켜보는 국민의 스트레스나마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