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이버 폐인

요즈음 사이버 공간에는 새로운 종족이 생겨났다. 스스로 '사이버 폐인'을 자처하는 집단이다. 사이버 폐인은 세 가지 특징을 지녔다고 말한다. 첫째 '주침야활'이다.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한다는 말이다. 둘째 '삼시면식'이다. 하루 세끼를 오로지 라면이나 짜장면 등 면으로 때운다는 뜻이다. 셋째는 '득쌔득?'이다.. 이 괴상한 신조어는 사이버 폐인들이 자기네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배타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득쌔득?'는 '쌔우다'와 '아??'라는 말을 득도했다는 뜻이 된다. 쌔우다는 무엇을 한다는 만능 동사 같은 것이고, 아??는 이래도 저래도 좋을 때나 싫을 때 무조건 쓰는 형용사 같은 것이다. 사이버 폐인을 밀착 취재한 기자에 따르면 이들의 발상지는 한 디지털 카메라 이용자 사이트라고 한다. 그 기자가 찾아내서 만난 사이버 폐인 중 하나는 최고 명문대 경제학과를 나온 친구인데, 지난 4년 동안 한일은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20시간씩 인터넷 공간을 유영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폐인들의 공용어는 국어학자가 보면 땅을 칠 정도로 국어 파괴적이다. 당초에 쌔우다라는 말은 담벼락에 나붙은 철자법이 엉망인 경고문이 사진으로 찍혀 인터넷에 오르면서 폐인들의 공용어가 되었다고 한다. "이 곳에 개똥 쌔우지 마세요. 아이들 방이니 개똥 쌔우지 마세요. 개을 키우려면 남에 피에는 주지 말아야지. 이 양심 없은 인간들아" 이 경고문에서 '쌔우지 마세요'는 '싸게 하지 마세요'라는 뜻일 터였다. 부산 아파트에 사는 어느 할머니가 내다 붙인 경고문도 상상을 깰 정도였다. "깔고 안진 나이롱 방석 갓다 노라. 안 갓다 노면 방법한다. 방법하면 손발리 오그라진다. 갓다 노면 안한다" 아마 이 할머니는 방법을 안 가리고 혼내준다는 뜻으로 '방법한다'를 썼을 것이다. 이 '방법한다'는 폐인들의 대화방에 오른 뒤 혼내준다는 뜻의 폐인 용어가 돼버렸다. 사이버 폐인들은 자기들이 진정한 네티즌이라고 자처한다. 이들은 일찌감치 사이버 공간을 유영하면서 엽기적인 것, 끔찍한 것, 음란한 것, 배꼽이 빠지게 웃기는 것 등 극단적인 장면을 모두 섭렵한 인터넷 고수들이다. 그런 자극적인 것이 하찮게 보이자 그들은 사소한 것, 독특한 것, 우리들만 아는 것에 눈을 돌렸다. 어떤 전문가는 사이버 폐인을 인터넷 허무주의라고 해석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사이버 폐인들의 역동성에서 붉은 악마 현상 같은 긍정적인 면을 보는 사람도 있다.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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