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와 차한잔] 김영수 신창건설 사장

"분양가 낮춰 서민부담 줄일것"<br>아파트 사업 마진 8%이하로 낮추는게 소신 <br>지자체·관청, 과다한 기반시설 요구 자제해야


큰 기업인의 일거일동을 보면 상당 부분 상식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사람들은 그저 놀랄 뿐이지만 같은 기업인들은 쉽게 그 뜻을 알아차린다. 큰 기업인은 작은 것에 얽매이지 않은 채 대체(大體)를 보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김영수(45) 신창건설 사장도 이 부류에 속하는 인물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건설업체의 최고경영자(CEO)는 선진 주거문화 창조를 기업경영의 화두(話頭)로 내세운다. 김 사장도 물론 그렇다. 그러나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서민주거안정을 강조한다. 김 사장은 “아파트 개발 사업의 마진은 8%를 넘기지 않는다 게 소신”이라며 “직원들이 분양가를 높게 잡아야 한다고 해도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택사업의 이익을 건설업체만 차지할 게 아니라 소비자와 함께 나눠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 84년 사업을 시작한 김 사장은 경기도 용인 보라리, 수지, 인천, 화성 병점 1ㆍ2차, 남양주 진접 등 수도권 주요지역에 1만3,000여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했다. 올해는 동두천과 화성 봉담 등에 2,000여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아파트를 공급하는 지역도 그렇지만 이제까지 지은 아파트의 90%가 국민주택 규모일 정도로 서민들과 가까운 사업을 해왔다. 특히 이 같은 기업 경영관 때문인지 여타 주택업체들이 분양가를 부풀려 막대한 수익을 챙긴다는 비난을 받으면 마음 아파한다. . 김 사장은 “분양가를 낮춰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사업을 하다 보면 전혀 엉뚱한 곳에서 초과 비용이 발생한다”면서 대표적 사례로 관할 지방자치단체나 국도관리청 등 해당 관청의 과다한 기반시설 부담 요청을 들었다. 해당 관청에서 수행해야 할 도로, 공원, 오ㆍ폐수 시설, 지하차도, 육교 등의 기부체납과 각종 부대시설 등이 수익자 부담으로 돼 있어 건설업체의 사업여건이 악화되고 이것이 곧장 분양가 상승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교육청의 과다한 시설 부담도 해소돼야 한다”며 “인접지역으로의 학군 배정이 가능한데도 신설학교 설립을 요구하거나 법이나 조례 등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은 교육관련 기반시설의 확보를 요구하는 것은 재검토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주택사업이 생각처럼 녹록지 않다고 말한다. 주택업체가 부지를 매입해 사업 인ㆍ허가를 받기까지 3~4년이 걸리고 이를 건축해 분양자에게 넘겨주기까지 2년 반 내지 3년이 필요해 이 기간 동안 말할 수 없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 김 사장은 “이 기간 동안 경기변동, 정책의 불확실성, 장기간의 이자부담, 토지 소유자들의 알 박기 등으로 사업추진이 지체되는 것은 물론 분양원가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주택건설 예정용 토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 제외 등 각종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민주거안정이라는 그의 화두는 아파트를 지을 때부터 적용된다. 최근 아파트 브랜드를 ‘신창미션힐’에서 ‘비바 패밀리’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비바 패밀리는 ‘가족이 첫번째’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 사장은 “신창건설이 아파트를 짓는 데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면서 “실수요자를 위한 아파트인 만큼 가격은 최대한 낮추되 자재는 다른 업체보다 좋은 것을 쓴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를 위해 벽지나 타일 등 자재를 직접 챙긴다. 또한 아파트 단지 곳곳에 가로수 길과 정원을 설치, 녹지 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이는 등 주거환경 개선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특히 주택사업 한 분야만 고집하지 않고 건축 및 토목 부문에도 적극 나서 사업 영역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그는 용인 실내 체육관과 구리 삼패역사, 산북 하수종말 처리시설, 강남순환 도시고속도로 등 굵직굵직한 공사를 수행해왔다. 건설업계에서 김 사장은 ‘한 손에는 미술관, 다른 한 손에는 씨름단’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가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코뿔소 씨름단과 제비울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창단한 신창건설의 코뿔소 씨름단은 조범재, 김영현 선수 등을 주축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 차원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워낙 씨름을 좋아하는데다 전통 스포츠인 씨름이 사양화되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2001년 경기도 과천에 대지 1만여평, 건평 500평 규모의 제비울 미술관도 지어 운영하고 있다. 입장료도 없고 대관료도 무료인 순수 문화 공간이어서 예술인은 물론 일반 대중들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김 사장은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면 중견건설업체가 한해 30억원이나 드는 씨름단과 미술관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며 “하지만 기업 브랜드도 알리고 이익을 사회로 환원한다는 생각에서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사람냄새 나는 기업문화 조성" "집은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쉴 수 있는 공간이며 기업 역시 동료들과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이 같은 공간에 '사람 냄새'가 없다면 삶이 얼마나 고단하겠습니까." 김영수 사장의 경영철학은 '사람 냄새 나는 주거공간과 기업문화'로 축약해 표현한 것이다. 그는 아파트를 지을 때마다 "한번 분양받으면 온 가족이 평생 살 수 있는 자연 친화적 주거공간을 만들겠다"는 말을 한다. 그래서 건설 공정도 여유 있게 잡는다. 공정이 빡빡하면 시간에 쫓겨 그만큼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아파트 입주자들이 고맙다며 떡 한 조각을 들고 찾아오거나 집들이에 초대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기업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이익 역시 생각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2003년 주택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는데 수상 이유가 바로 과학적인 원가관리와 품질향상을 꾀해 분양가를 낮추는 등 소비자 만족에 앞장섰다는 것이다. 아파트는 투자가치와 미래가치가 높은 부동산 상품이기에 앞서 가족이 함께 하는 공간이라는 평소 지론이 행동으로 이어진 결과다. 사람 냄새는 그의 기업경영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회사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라는 김 사장은 회사 생활이 즐겁지 않으면 좋은 업무결과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실제 그는 "최근 들어 기업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지만 회사 내 분위기는 오히려 따뜻하고 편안함이 있어야 한다"며 "훌륭한 기업문화는 바로 직원에 의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가 적자를 감내하면서 씨름단과 미술관을 운영하는 것도, 가정의 날이 되면 독거 노인을 대상으로 경로잔치를 여는 것도 사람 냄새를 중요시하는 그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신창건설은 다음달 4일로 창업 21주년을 맞는다. 적지않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신창건설은 무차입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이로 인해 99년에는 대한주택보증이 실시하는 신용등급 평가에서 A+를 받았다. ◇약력 ▦60년 경기도 과천 출생 ▦경기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84년 신창건설 설립 ▦2000년 코뿔소 씨름단 창단 ▦2001년 제비울 미술관 설립 ▦2003년 주택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 ▦대한주택건설협회 경기도 회장(현) ▦경기도 미술관박물관협회 이사 ▦과천시 문화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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