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위보다는 능력을 중요시한다는 郭사장의 경영철학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사례다. 『직위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높은 직위를 가지고도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직위가 낮더라도 제대로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사람에게 그 일을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지사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지사장들도 철저히 능력위주로 배치해 나가고 있습니다』郭사장이 이처럼 파격적이리만큼 능력을 중시하고 있는 것은 대대적인 개혁이 없이는 경영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의 하역 운송업체인 대한통운은 모기업인 동아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대상이 되면서 지급보증 등이 얽혀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그동안 안정적 기반위에서 보수적인 경영을 해온 대한통운에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어닥치게 됐고 국내 영업통인 郭사장에게 대한통운의 지휘봉이 주어졌다.
지난 64년 입사이후 전국 주요 지사를 거치면서 대한통운내 최고의 영업통으로 자리잡은 郭사장은 본사에 앉아서도 전국 주요 지사의 일을 훤히 꿰 어 볼 수 있을 정도다. 지난 5월초 郭사장이 최고 경영자에 오르자 「거짓말이 안 통하는 사장」이라는 사내의 평가가 내려진 것도 업무에 관한 한 그가 모르는 것이 없다는 점을 직원들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건설 고병우(高炳佑)회장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시기에 郭사장을 대한통운의 전문 경영인으로 선택한 것도 이같은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변의 해석이다.
『투명하고 정직한 경영을 내세운 高회장의 경영철학을 대한통운에서 성실히 실천해 나가는 것이 전문 경영인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높은 학식과 경륜에 인덕을 갖추신 高회장을 만난 것이 동아건설과 대한통운에게는 행운입니다.
투명한 경영을 통해 종업원이 주인인 회사를 만들어가겠다는 高회장의 생각을
사장 취임후 하나 둘씩 실천에 옮겨 가면서 회사가 많이 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투명 경영은 高회장의 경영철학이기도 하지만 郭사장이 지난 35년간 꿈꿔온 대한통운의 모습이기도 하다.
『대한통운은 그동안 오너 경영체제 아래서 폐쇄적인 운영을 해왔습니다. 그래선지 기업풍토도 보수적이고 변화에 능동적이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최고경영자도 그동안 군 출신들이 주로 맡아왔고 낙하산 인사도 많았습니다. 인사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책 결정에 평사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열린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郭사장은 취임이후 그동안 회사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왔던 폐해들을 하나 둘씩 없애가기 시작했다.
공정한 인사평가가 투명한 경영의 요체라는 생각에서 과·차장급으로 구성된 인사평가 요원을 선발, 모든 인사는 인사평가 요원의 검증을 거쳐 이뤄지도록 했다. 이에 따라 대한통운에서는 낙하산 인사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다. 郭사장은 이같은 공정한 인사평가를 바탕으로 열린 경영을 위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가고 있다.
언제 어느때, 어는 곳에서든지 종업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최고경영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TOP-MEETING을 도입해 하의상달의 통로를 마련했다. 변화와 혁신을 최고경영자와 종업원이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중간 간부급으로 구성된 CCA(CORPERATE CHANGE AGENT:전사적 변화 관리자)와 TCA(TEAM CHANGE AGENT:팀 변화관리자)들과의 정기적인 대화를 통해 회사 현안에 대한 의견이나 불만사항을 직접 듣기도 한다.
郭사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분당 자택에 직원들이 직접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전용 팩스까지 설치했다.
이런 열린 경영은 보수적인 대한통운의 문화를 혁신적으로 뒤바꿔 놓았다.
노조가 직접 나서 최고경영자의 경영방침을 전파하기 시작했고 침체됐던 회사 분위기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투명 경영의 효과는 회사 신용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투명한 경영은 투명한 재무제표를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치의 의혹도 없는 재무제표를 만들어 기업 설명에 나서자 액면가를 밑돌던 주가가 1만5,000원선으로 크게 뛰었고 지난달 3일 실권주 공모에서는 무려 1,255대1이라는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또 은행을 직접 찾아가 투명한 경영방침을 설명하자 산업은행에서는 50억원을 선뜻 대출해 주기도 했습니다. 다른 은행에서도 높은 금리를 낮춰주는 등 회사 신용이 높아져 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郭사장은 이같은 노력을 통해 올해 120억원의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같은 추세라면 순이익도 100억원이상 낼 수 있다는 것이 郭사장의 생각이다. 지난7월까지 벌써 65억원의 순이익을 실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6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326억원의 이익을 개선한 셈이다.
郭사장은 조직의 변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주도하면서 21세기를 대비한 미래를 구상해 가고 있다.
『미국 UPS와의 합작 사업이 구체적인 단계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 합작 사업이 이뤄지게 되면 상당한 규모의 외자유치가 이뤄지게 되고 국내 택배업체의 선두주자로서의 위치도 확보하게 구축하게 될 것입니다』
郭사장은 『이같은 일들이 계획대로 실현되면 조만간 대한통운이 최고의 회사라는 것을 종업원은 물론 일반인들도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훈 기자LH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