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수경쟁 탐색속 유리고지 확보/기아채권단 「강경입장」 속셈뭔가

◎“자력갱생보단 3자인수가 현실성 높다” 판단1일 열린 기아그룹 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에서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은 회의초반 발언권조차 얻지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유시렬 제일은행장은 『기아그룹의 태도에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에 김회장의 얘기를 들을 필요도 없다』고 매몰차게 자르며 회의장에서 모든 기아그룹 관계자들을 내쫓았다. 이어 금융기관 대표들끼리 가진 회의에서는 『기아측이 자구노력에 무성의한데 부도유예협약을 적용시킬 필요가 있겠느냐』며 곧바로 부도처리하자는 강경론까지 나왔다. 채권단이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기아그룹의 인수자가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단의 위치를 확고히 하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특히 현대와 대우가 기아그룹 적자의 주범인 기아특수강을 공동경영하겠다고 나서자 기아측을 더욱 몰아붙일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 마련됐다고 여기는듯한 인상이다. 채권단은 그동안 기아그룹 적자의 65% 가량을 발생시키고 있는 기아특수강의 매각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채권단은 기아그룹이 자력으로 갱생하든, 재벌에 인수되든 기아에 투입된 자금의 회수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듯한 인상이다. 당장 주거래은행의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민경제를 위해 부실기업을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식의 여론을 의식할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이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영권포기각서 제출을 거부하자 채권단은 기아그룹이 자력으로 갱생하기보다는 제3자인수되는 쪽이 현실성이 높은 쪽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시렬 제일은행장이 이날 회의가 끝난후 『기아의 경영권포기각서 제출은 부도유예협약 적용의 대전제』라고 다시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현 경영진의 퇴진을 전제로 자금지원에 나서겠다는게 채권단의 입장인 것을 재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유행장은 『기아그룹과 같이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에서는 경영진의 사직서 제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회장은 이날 회의직후 『경영상의 책임은 마땅히 져야 하지만 이미 채권단에 책임경영을 약속하는 각서를 제출한 이상 추가 각서제출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해 경영권포기각서를 제출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채권단측은 그동안 표면적으로 「기아의 제3자인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기아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강도높은 자구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3자인수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이를 믿고 기아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반해 기아측으로서는 현대와 대우가 기아특수강 공동경영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적극적으로 기아 지원에 나서고 있는 점을 믿고 채권단의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현대와 대우의 지원이 채권단과 기아측에 각각 다른 해석이 가능하게 만들면서 서로 자신의 입장을 한치도 굽히지 않고 있어 당분간 기아그룹에 대한 부도유예협약의 구체사항 및 추가 자금지원에 대한 결정은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기형 기자>

관련기사



이기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