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이창준 KIST 책임연구원

이창준 KIST 책임연구원<br>비신경세포도 신경전달물질 분비한다<br>운동성 소실·간질·불면증 등 신경계 질환 치료 발판 마련<br>하루에 커피 2~5잔 마시면 "뇌암세포 성장 둔화" 사실도

이창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중추신경계의 비신경세포도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는 연구결과를 컴퓨터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우리 몸의 뇌 등 중추신경계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과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이 서로 조화를 이뤄 인체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 이 두 물질의 균형이 깨질 경우 간질성 발작이나 불면증, 우울증, 학습 및 기억장애 등을 일으킨다. 중추신경계는 10%의 신경세포(뉴런)와 90%의 비신경세포인 아교세포(글리아)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신경과학자들은 신경세포가 흥분성∙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을 합성∙분비하고, 비신경세포는 신경전달물질을 청소하며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등 보조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을 뿐 중추신경계의 지속성 가바 분비 메커니즘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이창준(45)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는 지난해 9월 이 지속성 가바가 소뇌의 비신경세포인 아교세포에서도 분비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는 신경과학 교과서를 다시 쓰게 할 만큼 획기적인 발견으로 세계적 권위의 과학저널인 '사이언스(Science)'지에 이어 '네이처(Nature)'지에서도 주목할 만한 논문으로 소개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버그만글리아 세포'는 소뇌에 존재하는 아교세포의 일종이다. 이 박사는 동물실험과 전기생리학적 실험 등을 통해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지속성 가바가 버그만글리아 세포에서도 분비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 신경세포에서 신경전달물질이 세포 안의 '소포'라는 구조에 의해 전달되는 데 반해 이 지속성 가바는 '베스트로핀'이라는 특정한 음이온 채널을 통해서도 분비된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비신경세포의 새로운 기능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을 뿐 아니라 뇌의 흥분성과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에 따른 신경계 질환 및 질병의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억제성 신호전달물질인 지속성 가바의 분비량을 조절할 수 있는 메커니즘까지 규명한다면 운동성 소실과 간질∙발작, 불면증 등 관련 신경계 질환의 치료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신경생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 박사는 KIST가 지난해 설립한 기능커넥토믹스센터의 부센터장을 맡아 국내 뇌과학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중추신경계의 지속성 가바 분비기전을 규명한 이번 연구성과 외에도 커피∙녹차 등에 포함돼 있는 카페인이 뇌암세포의 성장을 둔화시킨다는 사실도 규명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뇌암은 진단 후 평균 수명이 1년 이내인 악성 종양으로 전이가 매우 빠른 것이 특징이다. 뇌암세포의 활동과 전이에 칼슘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칼슘 분비에 관여하는 뇌내 수용체는 세포 내 소포체에 존재하는 'IP3R'단백질이다. 이 박사는 다양한 첨단 기법을 이용해 카페인이 뇌암세포 속의 IP3R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칼슘 농도를 줄이고 뇌암세포의 활동과 전이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루에 커피 2~5잔을 마시면 뇌암세포의 전이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생존율도 2배 정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을 통해 입증했으며 임상실험을 통해 효능을 검증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이 박사는 "2004년 귀국하면서 대학이 아닌 KIST를 선택한 것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원했기 때문"이라면서 "지난해 기능커넥토믹스센터가 설립돼 뇌과학 연구를 위한 최고의 연구팀이 구성된 만큼 앞으로 KIST가 세계 뇌과학 연구를 선도하는 연구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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