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포위망에 허점이 있다는 사실을 이세돌은 놓치지 않았다. 그는 추호도 망설임이 없이 흑19로 백의 허점을 찔렀다. 흑23이 놓이자 이미 포위망이 찢어졌다는 것을 검토실의 모든 프로들이 알아차렸다. "너무 쉽게 허물어졌네요."(윤현석) 마음 같아서는 참고도1의 백1로 포위망을 다시 한번 얽어보고 싶지만 그게 잘 안된다. 흑2 이하 6으로 심장부의 요석 3점이 잡히는 것이다. 할수없이 강동윤은 실전보의 백24로 심장부를 지켰다. 그러나 흑25로 여유있게 탈출하자 오른쪽 백 5점이 졸지에 곤마로 변하고 말았다. 백26으로 재차 진로를 가로막았지만 이세돌은 거침없이 27로 젖혀 버렸다. "백이 돌을 던질 때가 된 거 아닐까?"(필자) "상황은 거의 그렇지만 강동윤이 지금은 던지지 않을 겁니다. 최후의 일각까지 처절하게 반항하다가 비로소 던지겠지요."(윤현석) 하기야 강동윤의 끈질김은 모든 동료들이 인정하는 바이다. 또한 종반의 흔들기도 무척 사나워서 그는 숱한 역전승을 일구어낸 사람이다. 과연 강동윤은 백28로 끼워 날카로운 역습을 시도하고 나섰는데…. "어? 기막힌 맥점이네. 강동윤이 사건을 만들어낸 거 아닌가?"(필자) "조금 더 가다려 보시죠."(윤현석) 필자가 상상했던 그림은 참고도2의 흑1 이하 백8(흑7은 1의 왼쪽)이었다. 흑이 회돌이를 당하여 망하는 결과였다. 그러나 이세돌은 이미 방비책을 세워놓고 있었다. 흑29 이하 35를 선수로 활용하고서 37로 젖히자 이제야말로 백이 속수무책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