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고철바닥 초읽기 당진제철소/“전기로 마지막 불씨 꺼지려나…”

◎직원들 “가동중단 없길” 한마음/원료조달 막혀… 정부만 바라봐『지금 심정으로서는 이미 생산한 철강제품을 전기로에 다시 붓고 싶습니다. 마지막 남은 전기로마저 불씨를 끌 수 없는 노릇 아닙니까.』 31일로 부도 9일째를 맞는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생산부의 한 관계자는 점차 바닥을 드러내는 고철재고량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이같이 토로했다. 비록 경영자의 잘못으로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고 부도를 냈으나 전기로의 불길만은 끄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이 공장 종업원 2천5백여명의 안타까운 소망이다. 그럴수록 좋은 제품의 생산으로 속죄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루 9천톤의 열연강판과 철근을 생산하는 한보철강 당진공장은 부도이후 고철재고량 부족으로 전기로를 끄느냐 마느냐는 시간과의 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이날 현재 고철재고량은 1만5백톤정도. 정상가동할 경우 하루 반나절만 지나면 완전 바닥날 분량이다. 당진제철소의 안정준 소장은 『23일 부도이후 3차례에 걸쳐 감산조치를 단행, 현재 공장가동률이 30%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최소한의 조업으로 3∼4일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체 3개 전기로중 2기는 부도이후 가동중단으로 싸늘하게 식어버렸고, 현재 가동중인 마지막 전기로마저 불씨를 꺼트려야할 최악의 상황에 몰려있다는 위기감이 안소장의 표정에 역력했다. 근 30년간 철강업계에 몸담은 그로서는 벌겋게 달아올라야 할 용광로가 식어버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 그러나 그의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현재로서는 생산을 위한 조업이라기 보다는 마지막 불씨만이라도 지켜보자는 「자존심」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한보철강은 부도가 난 23일부터 25일까지 1단계 감산조치로 열연강판을 생산하는 열연공장의 2개 생산라인가운데 1개 라인을 중단했다. 처음으로 전기로가 꺼진 것이다. 한보철강은 또 2단계로 지난 27일부터 야간생산을 중단한데 이어 3단계로 29일부터는 철근을 생산하는 봉강공장 생산라인을 세우고 두번째 전기로마저 껐다. 1개 남은 전기로라도 살려보자는 심산이다. 고철재고량 1만여톤으로 감산에 돌입한 한보철강이 버틸 수 있는 여력은 3∼4일정도. 전기로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하루에 고철 3천톤정도는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통상산업부가 이날 한보철강이 관세를 내지 못해 하역대기중인 2만8천9백톤의 고철에 대해 세금납부를 유예해 주기로함에 따라 설즈음까지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전기로 조작실의 한 관계자는 『봉강공장 생산라인이 중단되면서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보세창고에 쌓여있는 고철을 몰래 빼오자는 의견도 나왔다』며 『눈앞에 보이는 원료를 보고도 전기로를 꺼야하는 참담한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문제는 관세유예분마저 바닥날 경우다. 정부에서는 운영자금을 지원한다지만 단기적인 임시조치에 불과한데다 신용저하로 고철추가 수입길은 사실상 막혔고, 국내에서 조달하려면 지금 당장 주문을 해야하지만 아직까지 여의치 않고 있다. 한보철강 당진제철소는 바야흐로 마지막 불씨를 지키느냐 마느냐의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정부의 지원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놓고 있다.<당진=권구찬>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