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정간섭차원 차 개방압력 미 왜 이러나

◎“한국을 아주 전진기지화 속셈”/「구조조정」 끝나면 되레 미 업체 위협… 공략 박차정부·업계 심각성인식 공동대응 시급10일 미 워싱턴에서 재개된 한미자동차협상은 미국이 강대국의 억지논리를 내세워 「횡포」를 자행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측은 이번 실무협의에서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가시적 조치를 요구했다. 여기에는 관세인하 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세제 개편 등 내정간섭의 성격이 짙은 내용도 포함돼 있다. 자동차세는 국산과 외국산의 차별이 없이 배기량별 차등만 있으며 이는 소형차 사용을 권장하기 위한 국내 목적용인 만큼 통상협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이 대형위주인 외국산 자동차를 차별하기 위해 배기량별로 누진구조를 택하고 있다며 트집을 잡고 있다. 승용차에 대한 관세의 경우 미국(2.5%)에 비해 우리(8%)가 높지만 유럽연합(10%)보다 낮으며 상용차의 경우는 미국(25%)이 우리(10%)보다 2.5배나 높은데도 불구하고 계속 인하 압력을 넣고 있다. 미국의 협상자세도 문제다. 과거 우리가 미국에 대해 무역수지 흑자를 내던 시절 미국은 개별협상에서 이 문제를 물고 늘어졌으나 무역수지가 역전된 지난해부터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표리부동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이달말로 예정된 우선협상대상국 및 대상관행을 지정할 때 한국의 자동차시장을 포함시키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강공일변도로 나오는 것은 이번 협상이 단순한 시장개방 차원을 넘어 세계 자동차시장 「헤게모니」 쟁탈전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강력한 세계화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포드, GM 등 미 자동차업체들은 한국을 아시아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아울러 잠재적 경쟁상대인 한국 자동차업체들을 견제해야 할 처지에 있다. 미 자동차업체들은 한국에서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경우 공략이 어렵고 더욱이 2, 3년내에 미국시장도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GM, 포드 등 미자동차업체들이 기아사태 향방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국의 한 국제법률회사가 삼성이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움직임을 보일 경우 미국의 자동차업계는 클린턴행정부에 압력을 넣어 미국 통상법 슈퍼301조를 발동케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이 한미간 무역수지가 역전된 상황에서 과거처럼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기가 곤란하고 내정간섭의 성격이 있는 세금문제가 직접 타결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압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업계와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시장을 둘러싼 한미양국의 협상이 지금은 평행선을 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타결가능성은 보인다. 정부는 내년에 대대적인 세제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며 이때 자동차세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세제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것을 개방압력의 성과로 삼으려하고 있다. 반면 우리측 입장에선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결정이라는 점을 부각할 필요성이 있다. 이번 협상이 밀고 당기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다른데 있다. 미국은 업계가 외국자동차회사에 맞서 일치단결해 있고 정부와의 협조도 원활한 반면 우리는 업계끼리 서로 반목하고 정부를 불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아사태에 발목이 잡혀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과 세계화전략 수립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와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국내 자동차업계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대승적이고 발전적인 전략을 시급히 수립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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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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