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업이 커야 나라가 큰다] 대기업 현실은…

삼성은 고용부 삼성센터?<br>현대차는 사회복지법인?<br>실업 해결·서민 대출등 정부 요구 강도 높아져<br>기업들 자조 섞인 불만 "경영 전념 엄두도 못내"


"한국에서 대기업은 슈퍼맨이어야 합니다.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청년실업이나 서민 금융 문제 등 온갖 사회 문제를 떠안아야만 합니다. 만약 이런 활동을 하지 않으면 정부나 사회의 눈총을 받게 되지요." 한 대기업 임원은 해외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기도 바쁜데 대기업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것에 신경 써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이윤추구가 본연의 임무인 기업이 정부나 국회 등으로부터 지나친 간섭과 압박을 받고 있다"며 "경쟁사들과의 경쟁에 전념할 수 있는 해외 업체들이 부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요구 사항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그 강도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부터 직간접적 방법으로 대기업에 고용 창출, 상생 도모, 서민 금융 확대 등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IT 업체 삼성전자, 철강사 포스코, 자동차 회사 현대차 등이 무슨 '고용노동부 삼성센터' '포스코 신용금고' '현대차 사회복지법인'이냐는 자조 섞인 불만도 흘러나오고 있다. 고용창출은 정부가 대기업에 던지는 대표적인 요구 사항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에 자체적으로 필요한 인력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종국에는 비정상적인 노동시장 구조를 형성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사실 청년실업 문제는 제조업보다는 고용창출 효과가 큰 산업군을 육성하고 기업이 낸 세금을 바탕으로 고용노동부 등이 직접 나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이 해야 할 일은 고용창출뿐만이 아니다. 서민 대출과 대ㆍ중소기업 상생에도 나서야 한다. 대통령까지 나서 미소금융 확대에 직접 나서줄 것을 주문하자 대기업들은 저마다 대출 사업을 하느라 분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고경영자(CEO)가 경영 현장이 아니라 재래시장을 돌며 대출상품을 알리고 언론을 통해 일일이 홍보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외협력과 사회공헌 부서뿐 아니라 모든 부서가 친서민 업무로 바쁘다 보니 이로 인한 인력손실도 만만치 않다"며 "본업이 엄연한데 서민 금융까지 해야 하다 보니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금산분리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비아냥마저 나온다"고 밝혔다. 선거철이면 대기업들은 더욱 궁지에 몰린다. 후보자들이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한 저마다의 공략을 내걸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공약들이 기업의 투자나 희생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통신업계의 예를 들어보자. 통신업계는 선거철만 되면 요금 인하 이슈에 시달린다. 그저 서민들의 가계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이유로 후보자들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몇 % 인하하겠다는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한다.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는 "한국이 사회주의 국가도 아닌데 정부가 대기업들에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정부는 우선 대기업들이 잘하는 부분을 칭찬해주고 기업 스스로가 세금을 만드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소기업 동반성장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