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성공적 출범 불구 北核 해결없이 진전 어려워"
힐 주한美대사 강조
크리스토퍼 힐 주한미국대사가 개성공단의 성공적인 출범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북한 핵문제의 해결 없이는 큰 진전을 이루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5일 힐 대사는 "14일 가동에 들어간 개성공단은 북한에 (핵 포기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맛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한국의 지정학적 여건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에 따라 북한을 포용하려는 한국의 권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업무협의를 위해 일시 귀국한 힐 대사는 이날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와 아시아 소사이어티가 공동으로 주최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개성공단으로부터) 모순된 신호를 받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핵 포기에 응하지 않을 경우) 더 큰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도 있다"며 핵문제 해결 없는 개성공단사업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힐 대사는 또 "북한 인권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분명히 하는 게 내 임무 중 하나"라며 "한미 양국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일치된 입장을 갖도록 해 한미 양국이 매우 강하고 견고한 연대를 통해 북한에 이 문제를 제기하도록 한국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힐 대사는 "북한 인권문제는 북한 내정문제가 아니다"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려면 인권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미 행정부가 북한 인권법의 이행을 위해 실무적인 차원에서 검토는 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 정부와 구체적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며 "인권 법안에 규정된 NGO 지원 등에 해당하는 2,400만달러 가운데 내년 예산에 인권특사 100만달러, 국제회의 지원 200만달러 등 총 300만달러만 반영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 인권문제에 계속 적극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6자회담 등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북한 핵문제를 논하면서 힐 대사는 또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우리가 6월 내놓은 제안에 반응을 보이면 협상해나갈 준비가 돼 있으며 그것이 북한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북한이 알아야 한다"며 "6자회담 틀 내에서 북한과 양자대화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호
기자 chamgil@sed.co.kr
입력시간 : 2004-12-16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