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대기업 내년 투자 줄인다

경기부진 전망에 리먼 사태 후 첫 감소<br>에너지·원자재 산업 부문서 두드러져

글로벌 대기업들이 세계 경기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보고 내년 자본 및 설비투자를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자본ㆍ설비투자가 전년보다 줄어들기는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처음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11일(현지시간) 낸 보고서에서 전세계 상위 2,000개 대기업들의 내년 설비투자 지출액이 전년보다 5.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S&P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설비투자 회복세가 완전히 자리잡기도 전에 끝이 보이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러한 감소세는 지난해 설비투자액의 42%를 차지했던 에너지ㆍ원자재 산업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중남미ㆍ호주의 경우 설비투자 지출이 각각 40%, 2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기업들이 이처럼 내년 설비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는 것은 내년 경기회복세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3%에서 3.1%, 내년은 4.0%에서 3.8%로 내렸다. 주요 신흥국의 성장 부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침체 지속, 미국의 재정지출 감축 등이 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요 이유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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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를 쓴 개러스 윌리엄스 S&P 기업 부문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의 자신감 부족을 보여주는 것으로 어지러운 글로벌 경기의 한 단면"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대주주들이 기업 이익을 설비투자에 돌리기보다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올리거나 현금배당 등을 더 바라는 것도 설비투자 감소의 또 다른 요인으로 지적된다.

S&P는 "지난 10여년 동안 에너지와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급증했지만 최근의 원자재 슈퍼사이클(장기적 가격상승)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기업이 투자를 늘리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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