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非수도권 "반대" 목청에 논의마저 중단

■ 수도권 규제완화 표류<br>당정 합의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도 물건너가<br>경기도 "역차별" 반발 불구 장기미제 남을수도

“LG필립스 파주 공장 준공 이후 분위기가 더 나빠졌습니다.” 수도권 규제완화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행정도시 이전, 혁신도시 건설 등이 발표된 지난해의 경우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지만 비수도권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면서 정부의 관심도 줄고 지방선거나 끝난 다음에 보자는 정서도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수도권 규제완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부는 자연보전권역 내 택지개발 기준을 완화했고 공장 설립시 사무실ㆍ창고 등은 건축면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 절차를 밟고 있거나 시행 중이다. 또 8개 첨단업종에 한해 국내 대기업이 수도권에 공장을 신ㆍ증설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완화 논의가 자칫 이 정도 수준에서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다. 자연보전권역 테마파크 건설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졌고 지난해 당정이 합의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 등은 5ㆍ31 선거와 맞물리면서 물 건너간 분위기다. 설사 지방선거가 끝나더라도 대선국면으로 곧 전환될 것이기 때문에 수도권 규제완화의 추가 진척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행정도시 이전 등으로 한때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수도권 규제완화) 다는 역할을 수행했으나 향후 변수를 고려해볼 때 어느 누구도 나서기 힘든 상황이 펼쳐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힘으로 막겠다’ 대 ‘역차별 해소해라’=5ㆍ31 선거와 LG필립스 파주 공장 준공은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를 정치 이슈화시키고 있다. 특히 LG필립스 파주 공장 준공은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지 않았던 비수도권 시각마저 강경노선으로 탈바꿈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전국 13개 비수도권 시도지사는 지난 4월25일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의 원칙 없는 수도권 규제완화정책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시도지사는 “지난 10여년 동안 지켜왔던 수도권의 국내 대기업 첨단공장 신증설을 허용하는 등 정부가 각종 규제완화를 강행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덧붙여 “수도권 규제 개선은 지방 전체에 장기적ㆍ구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전제한 뒤 “비수도권 전체의 의지를 담아 수도권 규제완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하는 등 실력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경기도는 이에 대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더욱 강력한 규제완화를 요구한 상태다. 경기도는 성명에서 “현재의 수도권 규제 완화는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수도권을 빼놓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논의할 수 없다”고 반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강한 반감을 표시했다. ◇논의 중단된 수도권 규제완화=수도권 규제완화가 정치적으로도 핫이슈로 부상하자 정부 부처는 물론 당정의 수도권 규제완화 협의 시스템은 가동중단 상태다. 한 예로 당정은 지난해 수도권 발전 보완대책으로 지방이전 공공기관 부지, 낙후지역 등을 정비발전지구로 지정, 규제를 선별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수도권 정비계획법’ 개정안을 지난해 12월까지 제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비발전지구 도입은 수도권 규제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필요한 곳에 대해서는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당정이 지난해 수도권 달래기로 꺼낸 카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부처협의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언제 논의가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서비스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추진하기로 한 자연보전권역 테마파크 건설도 예외는 아니다. 택지개발지구 기준만 다소 완화됐을 뿐 레저단지 건설은 장기 과제로 넘어간 상태다. 재계가 건의한 수도권 공장총량규제 대상 기준 완화, 수도권 법인에 대한 취득ㆍ등록세 등의 중과세 폐지 등은 중장기 검토 과제로 결정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는 자금력을 갖춘 일부 기업만 혜택을 볼 수 있다”면서 “지방선거 이후 대선 등의 일정을 볼 때 추가 논의는 더 이상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각 당에서 지방 시도지사 후보로 나선 정치인들은 일련의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는 자기와 무관하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ㆍ당ㆍ정부 등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는 등 수도권 문제는 논의가 중단된 채 장기 미제로 남을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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