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2억5천만원에 재산 거의없는 상태/금융거래 공·사법상 각종 불이익 불가피신용카드 대출금 등을 갚을 능력이 없는 개인에게 국내에서 처음으로 「파산선고」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이규홍 부장판사)는 30일 현모씨(43·여·서울 성북구 동선동)가 『국민카드·외환카드, 제일은행 등 12개 금융기관과 두명의 사채업자에게 진 빚 2억5천여만원을 면제시켜달라』며 제기한 파산선고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또 현씨의 재산이 파산절차비용을 감당하기에도 부족하다고 판단, 파산관재인을 선임해 채권조사를 하고 채무자의 잔여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배당하는 절차를 밟는 과정을 생략한 채 파산폐지결정도 함께 내렸다.
기업이 세금감면을 위해 파산선고신청을 내는 경우는 있지만 개인에 대한 이른바 「소비자파산」이 받아들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현씨에 대한 심문과 서면심리, 사실조회 등을 통해 채무상태 및 재산상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채무는 2억5천여만원에 달했고 재산은 전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그같이 결정했다.
이에따라 현씨는 「파산자」라는 사회적 낙인과 함께 취직 제한, 금융거래에서의 불이익 등 공·사법상 각종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현씨는 그러나 한달 이내에 파산 면책신청을 할 수 있게 되며 면책이 확정되면 채무에 대한 모든 책임을 면제받게 됨과 동시에 모든 권리를 회복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씨가 면책을 받은 후라도 숨겨진 재산이 들통나 파산채권자가 1년 이내에 면책취소를 신청할 경우 면책이 취소된다.
K대 이모교수의 부인인 현씨는 지난 93년 사업을 하는 오빠의 보증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보증을 섰으나 오빠가 도피하자 사채업자 등으로부터 채무독촉을 받게 됐으며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게 되자 지난해 12월 소비자파산선고 신청을 서울지법에 냈다.
현씨에 대한 파산선고 결정으로 앞으로 국내에서도 파산선고 신청이 잇따를 전망이다. 4월말 현재 카드회사의 연체액은 2조6천억원이고 이중 사실상 파산상태인 6개월 이상의 악성연체액이 8천3백억원에 이르고 있다.<윤종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