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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1월 19일] 책임없는 '책임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의 잠재적 손실액을 벌충하기 위해 월가를 상대로 '금융위기 책임부담금'을 징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일견 타당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씨티그룹을 제외하고 TARP 자금을 지원받은 은행들이 이자를 포함한 원리금을 모두 갚았다는 점에서 세금부과는 합당하지 않다. 오히려 TARP 자금의 손실을 초래한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와 국책 모기지업체들은 세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 정부의 한 관계자는 "월가 은행들이 이번 금융위기를 일으켰고 이 위기가 자동차회사들의 운명도 바꿔버렸다"며 제외 이유를 설명했다. 자동차회사들이 정부의 보호 아래 있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미 주택시장의 거품형성과 붕괴과정에 누구보다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회사들도 정부의 징벌에서 제외됐다. 정부가 수익을 내는 은행들에서 세금을 더 많이 거둬들이려 하는 것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서 발생할 손실을 때우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세금은 곧장 재무부로 흘러 들어가 정치인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각종 현안들에 사용될 것이다. 구제금융이 필요할 때가 또 닥치면 일반 납세자들은 그때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책임'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다. 대형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는 무조건적인 정부보증으로 자신들이 절대 망하지 않을 거라는 인식을 가진 데서 비롯됐다. 세금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는 '은행차입에 대한 제한'을 다시 도입하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금융기관의 법인소득세를 폐지하고 이를 자산에 대한 세금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자산규모는 은행차입에 비례해 증가한다. 또한 은행의 보증금제도를 개혁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충분히 고려한 후 이런 방안들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정치인들은 은행을 비난하고 고액 보너스 지급을 질타, 세금을 부과한다. 반면 '변화'와 '책임'을 외치면서 선거유세를 할 때는 월가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위기에 처하면 이들을 구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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