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환위기를 겪은 사람들] 당시 구조조정 숨겨진 뒷얘기

"정부운용 펀드 구성등 당초 案대로 시행했으면 국가소유 지주사 나왔을것"<br>구조조정 속도는 빠르지만 위헌소지등 우려 '없던일로'<br>현대전자·LG반도체 빅딜 안하기보다는 훨씬 나아

“당초 안대로 구조조정을 했으면 국가가 주인인 대형 기업이 등장하는 등 재벌 구조가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 현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당초 안대로 구조조정을 했으면 사실상 국가가 주인인 대형 지주회사가 등장했을 것”이라며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처음 나온 아이디어(당시 김태동 경제수석측에 제안)는 정부가 세계은행에서 돈을 빌려 레버리지 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들고 이 펀드가 공적 자금을 직접 투입, 기업의 채무를 조정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정부가 운용하는 펀드가 대형 지주회사가 되면서 국내 기업 판도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안은 채택되지 못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 방식이 속도는 빠르나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발생 ▦위헌 소지 ▦향후 금융기관 구조조정 불가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없었던 일로 됐다. 지주회사를 통한 구조조정 방안은 98년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빅딜 과정에서 재계측의 합병안으로도 처음 제시됐다. 손병두 당시 전경련 상근 부회장(현 서강대 총장)은 “전경련은 당초 현대와 LG가 각각 지분 50%를 보유한 반도체 지주회사를 만드는 한편 이천공장(현대)과 청주공장(LG)을 각자 경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현대와 LG는 좋다고 했는데 정부가 경영 주체가 있어야 한다며 한사코 반대했다”고 공개했다. 반도체 빅딜은 당초 정부가 무리하게 일방적인 밀어부친 탓인지 수많은 뒷얘기를 낳았다. 재경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합병법인은 지분을 각각 7대 3으로 하고, 책임주체는 제3의 평가 기관으로 정하기로 했다. 양측에서 각각 평가기관을 5개씩 써 내서 중첩된 업체를 정하기로 했는데 한 업체도 일치하지 않았다. 다시 3개씩 제시하라고 했는데 역시 일치된 업체가 하나도 없었다. 이런 와중에 미국 컨설팅 회사인 ADL이 두 회사와 일한 경험이 있어 이 기관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12월 말에는 LG가 평가 실사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 다음해 1월2일 구본무 LG 회장이 신년 인사차 DJ와 독대했는데 그 자리에서 7대 3이 아니라 완전히 넘기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고 이 관계자는 회상했다. 손 총장은 “반도체를 넘기는 대신 당시 LG는 통신사업자 자격이 없었는데 정부가 데이콤을 인수할 수 있도록 했다”며 “반도체 빅딜의 성공 여부는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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