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중국사업의 성공 DNA


"중국에 진출해 있는 1만5,000여개 한국 중소기업 중 70%가 수년 내에 사라질 것입니다." 중국 내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이 포진해 있는 산둥성 칭다오에서 20년 가까이 계측기 제조업을 운영해온 박춘일 코테코 사장의 말이다. 매년 20%씩 뛰는 근로자 임금,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중국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저임금에 기반한 임가공 중소기업들이 이미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12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이 끝나는 오는 2015년까지 임금을 두 배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해 산둥성의 한국계 중소기업 910개사가 약속한 등록 자본금을 내지 못해 문을 닫았는데 이는 전체 외국계 기업의 절반에 이른다. 왕티앤런 산둥성 공상국장은 기자와 만나 "외국계 기업들이 저렴한 인건비나 토지ㆍ세제 혜택 등으로 사업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이 갖고 있지 않은 기술력이나 노하우, 차별화한 제품을 갖지 않고서는 중국 시장에서 이제 사업하기 힘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사장도 근년 들어 여느 중소기업처럼 위기를 맞았다. 정부 시책으로 인건비가 치솟고 양로 등 각종 복지비용 부담까지 급증하면서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했다. 이러다 보니 자금기반이 쪼그라들고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결국 발상의 전환을 통해 박 사장은 활로를 찾았다. 공장 소유 개념을 버리고 중국 기업과의 파트너십 제휴를 통해 생산은 중국 측에 통째로 맡기로 자신은 마케팅과 기술개발에만 전념한 것이다. 칭다오의 생산공장을 접고 중국 남부 장쑤성 무진시의 계측기 전문 회사에 생산을 일임했다. 생산성은 이전보다 향상됐고 박 사장은 기술지원과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면서 여타 기업보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철저한 현지화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킨 셈이다. 잇따른 고급 의류 브랜드 론칭 등을 통해 중국의 대표적 패션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랜드도 치밀한 현지화를 통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최종량 이랜드 중국법인 사장이 본격진출에 앞서 대도시는 물론 중국 전역의 2ㆍ3선 도시 수백 곳을 6개월간 누비는 등 치밀한 현지 시장 조사를 실시한 것이 밑거름이 됐다. 이후 다품종의 고급 브랜드가 승산이 있다고 보고 현지에서 기획ㆍ디자인 단계부터 신제품을 착안하는 현지화에 총력을 쏟았다. 30여종이 넘는 중국 현지의 의류 브랜드 코너가 중국 전역의 유명 백화점에 입점하면서 지난해 매출 1조원이 훌쩍 넘었고 2015년까지 6조원의 매출 목표를 설정해놓고 있다. 이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현지화와 차별화한 제품 개발을 통해 경영환경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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