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위안화 블록화에 속도를 내면서 미국은 물론 동남아를 중심으로 엔화경제권 구축에 열심인 일본 등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위안화 블록의 출현은 ‘달러화 기축통화체제’를 뒤흔들면서 미국과 중국 간의 대결고조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엔화경제권을 꿈꾸는 일본과의 갈등도 불문가지다. 그럴 경우 한국이 자칫 미국과 중국ㆍ일본이라는 거대 경제대국들의 통화패권 전쟁 사이에서 새우 꼴이 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나오고 있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통화패권 싸움이 치열해질 경우 한국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면서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만 결제통화 변경을 요구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방적인 결제통화 변경 요구가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고 한국의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아직은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중국은 위안화 블록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무역거래에서의 위안화 결제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통합을 앞둔 홍콩과의 무역거래에서도 위안화 결제나 개인 간 위안화 송금은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대상은 심천에 있는 기업으로 국한했으며 거래금액도 20만~30만달러 이내로 제한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국은 통화 블록을 통해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위안화가 세계 어느 통화시장에서도 거래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지는 않고 있다”면서 “무역에서 결제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 통화의 현물거래가 자유로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외환시장을 완전 개방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위안화 블록화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위안화의 국제화는 더 요원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위안화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방향’에 대해 “위안화의 영향력이 확대된다고 해서 우리 경제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일본 엔화가 국제화되는 과정에서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대국 간의 통화패권 경쟁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예컨대 이미 화폐경쟁력에서 중국에 비해 우위를 차지한 일본이 위안화의 부상을 견제하고 중국 역시 일본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경쟁적으로 한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또 미국 역시 중국의 부상을 의식해 예외적으로 한국과 3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