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북아 허브항` 흔들린다

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허브항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여름철 성수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물량은 3개월 연속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홍콩ㆍ상하이항에 이어 세계 3위의 컨테이너항 지위를 지켰던 부산항의 경우 중국 상하이항에 3개월째 실적이 추월 당해 3위 자리를 내줄 처지에 놓여있다. 게다가 지난 5월 물류대란을 가져왔던 전국화물연대가 20일부터 또다시 파업에 돌입하면 외국 선박의 이탈로 인해 동북아 허브항 계획은 물 건너 갈 공산이 크다. 10일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우리나라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109만359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한 개)로 3월(117만5,182TEU)이후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는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물류대란이 빚어졌던 5월(110만2,409TEU)보다도 더 줄어든 것이어서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예년 같으면 성수기에 접어드는 6월부터는 화물은 넘치는 반면 선박은 부족해 할증료까지 물렸었지만 지금은 할증료는 고사하고 선박을 다 채우지 못할 정도로 화물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상반기 전체의 물량은 653만9,288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567만3,872TEU)보다 15.3% 늘어나는데 그쳤다. 경쟁국인 중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35% 이상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월별 증가율도 3월 20.2%에서 4월 16.8%, 5월 10.2%, 6월 10%로 화물연대 파업이후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다. 허브항의 관건인 환적화물 처리량도 6월 38만7,062TEU로 역시 3월이후 석달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부산항의 경우 6월 컨테이너 처리량은 87만2,748TEU로 지난해보다 9.7%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중국 상하이항은 94만5,000TEU로 3개월 연속 부산항을 제쳤다. 올 상반기 전체 실적도 상하이항은 519만9,000TEU로 부산항(522만5,000TEU)와 맞먹고 있어 이 같은 추세기 계속될 경우 부산항이 상하이항에 세계 3위의 자리를 내주는 것은 시간문제다. 사정은 7월에도 마찬가지다. 부산 신선대부두의 경우 7월 컨테이너 처리량은 14만TEU로 한달전(15만TEU)보다 1만TEU가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허브항 경쟁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는 것은 항만시설이 부족한데다 화물연대의 파업 등으로 우리 항구의 이미지가 훼손된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말로만 동북아 중심을 외칠 뿐 실행에 옮겨지는 것은 거의 없다”며 “경쟁국인 중국이 대대적인 항만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도 항만투자를 대폭 늘리고 환적화물에 대한 획기적인 메리트를 주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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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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