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난 97년 환란위기 이후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인수 합병(M&A) 시장으로 떠올랐다.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는 최근호(6월17일자)에서 프랑스계 M&A 전문회사인 CLSA사의 조사 자료를 인용, 지난 98년 1월1일부터 지난 4월15일까지 한국기업에 대한 외국인들의 자산 및 지분인수 규모는 모두 270억 달러로 아시아지역 국가 가운데 가장 많았다고 보도했다. 인수 건수도 이 기간 동안 모두 115건에 달해 1위를 차지했다.
외국인들이 이처럼 한국기업 인수에 적극 나선 것은 지난 97년말 환란위기가 불어닥친 이후 기업마다 구조조정 차원에서 저렴한 가격에 자산 및 지분매각을 추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에 이어 외국인들의 기업자산 및 지분 인수가 많았던 나라는 타이. 이 기간 동안 외국인들의 인수 규모는 모두 81건, 106억달러에 달했다.
타이 역시 환란위기로 기업들이 자산 및 지분을 대거 매물로 내놓으면서 아시아 국가중 2번째로 큰 M&A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필리핀과 홍콩이 각각 3·4위를 기록했고, 한국·타이와 함께 환란위기를 겪은 인도네시아는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투자를 꺼린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금융분야에 대한 M&A가 가장 두드러져 외국인들은 이 기간 동안 금융 분야의 자산및 지분인수에 모두 7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철강 및 정보통신 분야도 각각 60억달러 이상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는 그러나 외국인들의 이같은 자산 및 지분인수 규모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크게 미진한 것으로, 한국의 경우 기업 소유주들이 매각 가격을 계속 올리면서 협상이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타이는 외국에 기업을 파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국수주의적 성향이 강해 외국인들이 M&A를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잡지는 아시아 기업에 대한 외국인들의 추가 M&A전망과 관련, 『올들어 아시아 경제가 급속도로 회복되면서 이 지역의 기업가치와 매각 가격이 크게 높아지고 있지만 각국 기업들이 경제회복에 편승, 자산 매각이나 별도의 구조조정없이 현 상태로 기업을 운영하려는 경향도 심화되고 있어 외국인들의 M&A규모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택 기자 YT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