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뷰] SBS '여인천하' 유동윤 작가

"사극을 교과서로 봐선 안돼"지난해 2월 방영을 시작, 1년 반 넘게 안방극장을 찾아온 '여인천하'가 마지막 촬영을 마쳤다. '여인천하'는 SBS 송도균 사장이 "재임 중 1년 반을 시청률 걱정 안하게 해준 효자 드라마"라고 치하했던 것처럼 숱한 기록을 낳은 화제작이다. 하지만 '정통사극 불모지'나 다름없던 SBS에 '사극 천하'를 열어준 이 드라마가 겨우 드라마 한 편을 공동 집필했던 작가의 붓끝에서 완성됐음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종방 축하연에서 만난 유동윤(39) 작가의 얼굴은 담담했다. 말이 없는 성격의 그는 대중 앞에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1995년도 SBS 드라마 공모에 풍수지리를 다룬 2부작으로 당선했고, 이후 사극 '임꺽정'을 공동 집필한 게 그가 지닌 공식 기록의 전부. "한동안 남성 중심 사극이 풍미하던 가운데 여성을 중심으로 내세운 점이 차별화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유일하게 여성이 역사 중심에 우뚝 섰던 시대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습니다" '여인천하'를 그려가겠다는 포부였지만 그 과정에서 역사 왜곡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정작 문정왕후의 화려한 수렴 청정 시대는 표현돼지 못하고 종영을 맞는다. 그는 "역사학자에게 재미있는 역사를 요구할 수 없는 것처럼 드라마를 역사 교과서로 봐서는 안 된다"고 답한 뒤 "앞의 이야기가 워낙 길어지다 보니 간략해져 아쉬움도 있지만 한술 밥에 배부를 순 없다"는 말을 대신했다. 작가의 역할은 '작중인물들이 자신들끼리 나름의 이야기를 풀어놓기에 이를 잘라내고 조절하는 게 내 일의 전부'라 답한 그는 문정왕후가 임신 사실을 숨기고 시청자와 난정, 비빈들과 두뇌 플레이를 벌이던 장면을 지켜보는 게 가장 재미있었다고 답한다. 앞으로 쓰고 싶은 드라마를 묻는 질문에도 그는 한참 생각에 잠긴다. "'여인천하'가 동물에 가까운 드라마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며 "본능보다는 인간에 가까운 드라마를 써 보고 싶은 게 내 희망"이라고 전했다. "사극, 현대극의 구분은 전혀 중요치 않다"고 밝힌 그지만 내년에 SBS와 사극 한 편을 더 만들게 됐다. 어느새 '중견 사극작가'로 부상한 그를 방송가에서 놓아줄 리 없기 때문일 것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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