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총제적 위기(대구섬유공단 연쇄부도)

◎원가 30%밑지는 출혈 수출로 “빈혈”/올들어 5,000여 업체중 130사나 쓰러져/중견업체 원천산업 1천억대 부도 “충격”대구·경북지역의 섬유업체들이 무너지고 있다. 중견기업인 원천산업이 2일 이 지역업체에서 최대 1천억원대의 피해를 내 충격을 던졌다. 중견섬유업체드의 잇단 도산의 실상과 대책을 두차례에 걸쳐 긴급 현장 취재로 살펴본다.<편집자주> 『어떻게 하면 돈을 안떼일까 하는 걱정뿐입니다. 20여년동안 섬유업체에 종사했지만 지금처럼 잇단 부도사태에 긴장한 적이 없어요.』((주)갑을의 박정삼 생산기획팀이사) 『10여개 대형 업체를 제외하고는 가동을 중단하면 곧바로 부도가 나는 기업이 대부분일 것입니다.』(D업체 장모 총무부장) 『가격대라는 말은 사실상 없어졌습니다. 생산원가는 고사하고 원자재가격을 밑도는 출혈수출이 만연한지 오랩니다.』(S사 영업담당)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채산성악화가 최근들어 중견기업들의 도산으로 이어지면서 세계최대의 섬유단지인 대구·경북지역의 섬유산업은 끝간데 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일 이지역의 대표적 중견업체인 원천산업(대표 김인국)이 사상최대인 5백억∼1천억원대의 피해를 내며 최종 부도처리되자 이 지역 섬유업계와 금융권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지난달 29일과 30일 잇달아 섬유관련단체장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원천과 같이 견실하고 지명도가 높은 업체의 부도에는 속수무책이다. 지난 10월말 현재 대구지역 5천여 섬유업체중 부도는 1백6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건 늘어났고, 11월 부도업체를 합치면 1백30개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올들어 매월 5∼9개에 그치던 부도는 지난 7월 19건에 이어 지난 10월 20건으로 하반기부터 더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부도사태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홍콩(중국), 중동시장의 구매 부진이 가장 큰 이유. 중국정부가 긴축경제기조를 유지하면서 구매가 줄었고, 중국자체도 직물부문의 자급화율을 높이고 있다. 중국특수는 끝났다는 것. 반면 86년 7월 직물산업합리화조치 이후 직기(워트제트기 기준)는 적정수준인 3만대를 훨씬 초과한 5만2천대에 달해 공급은 과잉상태다. D무역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직물 재고가 8억∼10억야드수준으로 이는 대구·경북지역 월 생산량인 4억야드를 두배반이나 넘고 있다』고 공급과잉의 심각성을 강조한다. 또 생산제품이 대부분 대중품위주로 소품종 다량 생산이다보니 바이어와 구매계약이 끝난 수출오더를 가로채 더 낮은 가격에 덤핑수출,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모면하는 「제살깎기」투매가 만연된 상태. 『세계섬유물동량인 60억야드의 60%인 36억야드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업체가 원가에 비해 30%나 낮은 가격에도 바이어에게 놀아나고 있다』(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관계자)는 것이다. 이같은 원인진단에도 불구하고 그 처방은 각양각색이다. 대구·경북견직물협동조합 장해준 상무는 『구조 조정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당장의 사태확대를 막기 위해 앞으로 6개월간 도래하는 각종 금융융자금의 상환을 연장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대구=문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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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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