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상장하려면 이익내지 마라(?)

“이익을 내는 게 오히려 상장의 걸림돌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상장을 추진하던 바이오 업체 A사의 기업공개(IPO)업무 담당자는 “상장을 앞당기기 위해 특례제도를 이용하려다 오히려 함정에 빠졌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상장특례제도를 이용하면 바이오기업 등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을 영위하는 벤처기업이 A등급 이상의 기술평가를 받으면 경상이익을 내지 않아도 상장이 된다. 또 상장 후 2년간은 매출이 30억원 미만이라도 퇴출되지 않는다. 이처럼 특례를 만든 취지는 벤처기업이 당장의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연구개발에 주력해 더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제도 도입 후 바이오니아ㆍ바이로메드ㆍ크리스탈지노믹스 등 바이오 3사가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A사 역시 먼저 상장한 바이오회사들처럼 특례 상장을 추진했지만 증권선물거래소 설명을 듣고는 상장 계획을 접었다. 먼저 입성한 회사들은 이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특례제도 대상이 돼 기술성 평가를 받아 상장됐다. 하지만 지난해 경상이익 8억9,000만원을 기록한 A사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5%를 넘어 자격요건 미달(?)로 기술성 평가를 통한 상장이 불가능하다. 거래소는 특례상장 대신 요건이 맞는 직상장을 추진하라고 권했다. 그렇다고 직상장이 쉬운 것도 아니다. 직상장 이후에는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유지해야 퇴출되지 않는다. 이미 지난해 21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바이오회사 특성상 이를 단기간에 늘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퇴출 문제가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바이오 등 벤처기업은 기술력이 생명이다. 매출을 늘리고 수익을 내는 회사다운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 거래소도 이를 인정하기 때문에 특례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수익을 내는 게 오히려 걸림돌이 돼 상장이 막힌다면 이는 특례제도의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수익성 요건을 갖춘 업체에 대해 오히려 특례 적용을 막는 모순된 상장 규정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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