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미투'전쟁의 끝

김희원 기자<생활산업부>

식품업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유통이다. 어느 업체의 제품이 어떤 슈퍼마켓의 어떤 자리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천차만별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각 업체 영업맨들의 파워 게임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빙과류의 경우, 업체 냉장고의 입점 여부에 따라 명암이 갈린다. 냉장고 교체가 그리 빈번한 일이 아니고 업체들의 영업 역사가 한두 해가 아님을 감안, 업체별 빙과 매출 비중은 사실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한 업체에서 특정 상품이 히트할 경우, 여타 제품의 판매 비중이 그만큼 줄어드는 현상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구도를 깨줄 수 있는 것은 기술개발에 따른 기발한 신상품이 나와 ‘초유의 대박’이 터져줄 때 정도다. 신선한 얼굴이 등장해도 막강한 물량공세와 집중적인 광고로 인해 별다른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경우도 물론 빈번했다. 미과즙 음료의 서막을 연 ‘니어워터’보다 ‘2%’에 눈길이 가고 우유탄산음료 ‘암바사’를 제치고 ‘밀키스’가 떠오르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 ‘비타500’이 히트한 뒤 ‘비타1000’ ‘비타파워’ 등 비슷한 제형을 지닌 제품들이 앞 다퉈 등장하고 검은콩 우유가 반응을 얻자 대부분의 관련 업체에서 아류 상품을 출시했을 정도로 새상품에 의한 시장개척 효과에 업계가 어느 정도 관대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남양유업ㆍ롯데제과ㆍ빙그레 등 최근 들어 ‘미투’ 제품과 관련된 소송을 제기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음을 볼 때 업체들의 대응 태도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오랜 불황으로 인해 브랜드 효과를 지닌 히트 제품을 사수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폭로전에 있어 피해자는 결코 특정 업체만은 아니다. 오히려 업체간 ‘물고 물리기’ 격으로 공수가 교차되는 등 오랫동안 누적된 딜레마에 가깝다. CJㆍ농심ㆍ롯데칠성ㆍ동원F&B 등 주요 식품업체들의 올 상반기 매출이 일제히 감소세로 나타났다. 경기침체로 먹을 것마저 줄이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세분화된 고객의 니즈를 간파한 새 상품 출시 여부는 업계 화두로 부상한 지 오래다. 기술 개발에 전력, 각자 진검승부하는 성숙한 태도가 이미 생존과도 직결될 사항이 됐음을 다시 한 번 주지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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