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자사고와 경쟁할 수 있는 일반고 육성이 해법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율형 사립고 교장·교사 등과 잇따라 만나 일반고교로 전환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 일반고로 전환하더라도 기존 재학생에게는 졸업 때까지 자사고 교육과정을 보장하고 인문사회·자연·예술체육계열 중점학급이나 특색 있는 교육과정 등 운영에 5년간 최대 14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줄어드는 등록금 수입에 대한 보조금 지원까지 약속했다. 자사고와 고교선택제를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으로 꼽고 폐지 공약을 내걸었던 만큼 그 행보가 매우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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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 교육감의 진단이 올바른가는 별도의 문제다. 자사고 교장들의 말마따나 특목고(20개), 자율형 공립고(19개), 특성화고(71개)가 미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지 않은 채 25개 자사고가 180여개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인 것처럼 몰아세우는 것은 온당치 않다. 자신이 자사고 폐지론자라고 해서 사실상 끝난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공교육 영향평가'라는 새 지표를 끼워넣어 새로 평가하는 것은 부당한 월권이다.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그의 슬로건은 다소 과장된 것이기는 하나 물론 그 취지에 반대할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다만 방법론이 잘못돼 있다. 자사고를 유지할지, 일반고로 전환할지는 학교와 학부모·학생들이 결정하면 될 일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빠져나간 일반고 교실은 수업시간에도 잠을 자는 학생이 반일 정도로 황폐해졌다. 그렇다고 특목고·자사고와 학생 탓만 할 게 아니다. 학업수준과 적성이 제각각인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몰아넣고 획일적 교육내용을 강요한 게 진짜 이유라는 건 누구나 안다. 조 교육감의 임기는 4년이다. 일반고 운영·교육과정의 자율성을 높이고 학생의 수준·적성과 사회의 수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교육에 힘을 쏟아도 성과를 내기가 빠듯하다. 멀쩡한 자사고 폐지에 정력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하향이 아닌 상향 평준화에서 해법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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