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들] 임상규 농림부 장관

"식품가공·수출로 농정 중심축 바꿔야"<br>'숙원사업' 식품업무 맡아 고부가산업으로 육성할것<br>美쇠고기는 '30개월 미만' 만 수입허용 방안 고수<br>바이오에너지·국제곡물시장 동향 검토 종합대처 필요


“이제 농림부 업무는 단순한 농축산품의 생산ㆍ유통에서 식품가공ㆍ수출ㆍ소비촉진으로 과감하게 전환돼야 합니다.” 임상규(사진) 농림부 장관은 운이 좋다. 지난 9월 취임한 지 이제 3개월여라는 짧은 시간 동안 농림부의 ‘숙원사업’으로 여겨지던 식품산업을 농림부 업무로 끌어오며 부처 운영의 새 지평을 열었다. 덕분에 농림부는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이 점쳐지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도 느긋하기만 하다. 임 장관은 “지금까지 식품안전성 말고는 정부에서 방치돼 있던 식품육성 업무를 맡게 된 이상 식품산업 발전이 농정의 주요 축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새로운 식품산업과 농가 생산ㆍ소득을 어떻게 연계할지가 농림부의 주요 쟁점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국회에서 숙원산업이던 식품산업 육성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앞으로 농림부가 식품산업 육성을 이끌어갈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지요. ▦농림부의 식품산업 육성에는 외식산업과 식자재 산업, 한식의 세계화, 전통주 육성 등이 모두 포괄됩니다. 학교 급식에 들어가는 농식품 원자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식품산업이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하도록 연구개발(R&D) 강화를 포함한 중장기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시너지 창출을 위해 내년부터는 광역 식품클러스터 신규 조성사업도 추진하게 됩니다. 전통주에 대해서는 이미 주세 50% 감면의 내용이 담긴 ‘주세법’ 개정안이 연내에 국회를 통과할 예정이고 통신판매제한 규정 폐지 등 유통 관련 규제도 점차 완화할 방침입니다. 소비자의 웰빙 취향과 수요 다양화, 국제 간 거래 활성화 추세에 발맞춰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친환경식품에 대한 특성화에도 힘을 싣게 될 것입니다. -R&D라면 포괄적인데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지요. ▦농업 부문의 R&D 여지는 가령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농법 개량과 신품종 개발, 정보기술(IT) 접목 등 무궁무진하고 농업계와 과학계 양쪽에서 모두 호응도가 높습니다. 지금까지 주로 정부기관 중심으로 R&D 논의가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대학과 과학기술 관련 출연연구기관의 공동연구 활동도 강화할 것입니다. -차기 정부에서는 ‘작은 정부’에 대한 논의가 거세질 전망인데 식품산업을 주관하려면 인력도 상당 규모 확충돼야 합니다. 내년 농림부 조직 운영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농림부는 조직을 축소할 일이 없습니다. 식품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이미 11월에 농산물유통국을 ‘농산물유통식품산업국’으로 확대 개편했고 ‘식품진흥과’를 신설했습니다. 앞으로도 구체화된 식품산업 발전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역점 분야가 생기면 조직을 효율적으로 확대 개편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조직과 인력은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확충하면 됩니다. -남북경협에서도 농업 분야는 할 일이 많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안은 나오지 않은 것 같은데요. ▦농업 부문의 남북협력은 2005년에 이미 농업협력위원회 1차 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가 최근 총리회담과 경제협력공동회의 등을 통해 협력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일단 가장 빨리 이뤄질 부분은 종자 생산 및 가공시설과 유전자원 저장고 지원입니다. 오는 21일부터 25일에는 종자 및 유전자원 관련 현지조사도 실시될 예정입니다. 사실 농업은 크게 드러나지는 않아도 할 것이 많은 분야입니다. 북한농업은 매우 피폐화돼 있습니다. 지난 수해로 인해 생산량이 10% 정도 감소하는 바람에 생산성은 우리나라의 60~70% 정도에 불과하고 식량 자급은커녕 기반 자체가 무너진 상황입니다. 농기계는 가동이 안 되고 시설 낙후와 토지 산성화 등 손 볼 부분이 많습니다. 앞으로 접근하기 쉽고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부터 시작해 점차 협력사업의 영역을 확대해나가겠습니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은 1차 협의 이후 진전이 없는데 어떻게 되고 있는지요. ▦미국 측에서 2차 협상을 하자는 제안을 안 하고 있어 현재는 관망 중입니다. 우리 정부의 대처에 대해 현재까지는 축산업계로부터도 일관성 있는 대처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제 기준과 과학적인 근거는 물론이고 국민 건강과 식품안전, 국민정서를 모두 감안해 월령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들여오는 방안을 고수할 방침입니다. 또 자유무역협정(FTA)과의 연관성과 관련해 미국 측에서는 여러 경로를 통해 한미 FTA가 이뤄지려면 쇠고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쇠고기와 FTA는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ㆍ캐나다ㆍ멕시코 등과의 FTA 협상에서 항상 농업문제가 걸리는데 개방화시대에 농업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가져야 합니까. ▦개방의 대세는 거스르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 농촌의 현실과 품목별 경쟁력, 상대국의 특성에 따라 달리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가령 미국과 EU의 경쟁력은 서로 다르므로 상대국에 따라 우리의 입장도 다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축산물과 낙농품은 EU와 캐나다가 많이 생산하는 주요 품목이고 관심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개방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이므로 신중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멕시코의 경우 아직 협상 초기 단계여서 구체적인 관심 품목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관세를 철폐해 수입이 급증할 것 같은 품목은 농산물 세이프가드 발동이나 수입쿼터 설정 등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국내 민감도가 높은 품목은 현행 관세를 유지하거나 예외적인 취급을 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 우리 입장입니다. -세계적인 에너지난으로 바이오 에너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농림부 입장은 무엇입니까. ▦아직 확고한 방향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국제유가와 세계 곡물시장 동향 및 전망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바이오 에너지 개발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아직은 경제성이 너무 떨어지므로 확고한 입장을 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바이오 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함께 국제 곡물시장의 수급은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심을 갖고 대처하겠습니다. 곡물가격 상승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해외농장을 개척하기 위해 과거에 실패했던 아르헨티나ㆍ러시아 농장개발 문제도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에 방치됐던 대단위 농장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농촌공사로 소유권을 이관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농림부 산하기관 가운데 농협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비난과 함께 개혁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향후 방안은 무엇인지요. ▦사실 농협도 나름대로 많은 개혁을 해왔습니다. 신용기능 등의 확대도 조합원의 이익 극대화라는 본래의 설치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라면 수익을 내는 게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3월에는 10년 계획인 ‘중앙회 신ㆍ경 분리방안’을 수립해 2017년까지 중앙회를 교육ㆍ지원, 경제, 신용 등 3개 법인으로 분리할 방침인데 농림부는 이를 위한 당초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지도 감독을 강화할 것입니다. -비농업인 출신 장관으로서 농림부와 농림산업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사실 농림과 인연을 맺은 지는 20년이 넘습니다. 1980년대 초반 경제기획원 예산실에서 농수산부 담당 사무관으로 시작돼 예산과 정책ㆍ가격ㆍR&Dㆍ유통 등 주로 밖에서 농림과 관련해 많은 업무를 맡았습니다. 농림부가 밖에서 보기에는 낙후되고 위축된 부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을 해서 새 분야를 개척하면 얼마든지 위상을 키우고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처입니다. 최근에는 여러 추진사업이 성공하면서 지난 2개월 동안 109명이 승진을 하는 등 직원들의 사기가 오르고 신바람이 났습니다. 매우 중요한 시기인 만큼 잘 해보자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습니다. 농림업에 대해 말하자면 대외 시장개방 확대와 고령화 추세에 대비하는 구조를 갖추지 못한 것이 문제입니다. 개방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자신감도 결여돼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지금까지 농업인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전업농과 고령농ㆍ부업농 등 농가별 여건에 따라 지원을 차별화하는 맞춤형 농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 대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농업인 스스로의 노력과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그와 관련해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농정 어젠다를 제시해주신다면. ▦남북농업협력과 식품산업 육성, 농림 R&D에 역점을 두어 추가 어젠다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촌문화관광 활성화와 교육ㆍ복지ㆍ건강ㆍ의료 등 농촌 생활환경 개선 방안도 검토해 추가 발굴해야 합니다. 새 정부에서는 농림부의 업무영역이 늘어난다고 보면 됩니다. 농림부 내 식품산업을 확대하고 체계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예산 편성액이 올해 대비 65% 늘어난 상태입니다. 농림식품산업은 굴뚝산업이 아니라 서비스산업입니다. 앞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프런티어 정신을 가진 농업인을 육성하는 일입니다. 아까 말했듯이 중요한 것은 농업인들의 자주자립 의지와 기술, 정부의 적절한 기반 조성과 지원책이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농민들도 스스로 변하고 있고 농림부도 농업교육 예산을 대폭 늘리는 등 이에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 "농식품수출 2025년 100억弗시대 열것"
30개 주력품목 선정 물류등 인프라 구축
147개 해외공관 수출 전초기지로 활용도
"시장 개방을 우리 농식품 수출의 기회로 활용해 오는 2025년까지는 연간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하겠습니다."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대한 국내 농가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임상규 장관은 "우리 농식품 브랜드를 개발해 세계로 수출하면 한국 농업의 새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은 지난 2000년 이후 꾸준히 상승해 올 들어서는 10월까지 전년 대비 11% 증가한 20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농림부는 식품산업 육성 업무의 일환으로 앞으로 농식품 수출주력 상품을 집중 육성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농림부는 농작물과 식품 등 30개 주력 품목을 선정, 물류시스템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출 전문경영체를 육성해 현재 연간 25억달러 안팎인 수출액을 2025년에 100억달러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4월 외교통상부와 '우리 농식품 해외진출 확대를 위한 MOU'를 체결한 데 이어 최근에는 세계 147개 해외공관을 농식품 수출의 전초기지로 활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앞으로 세계 해외공관에는 한식 전문요리사가 파견돼 만찬 등 각종 행사에 우리 농식품을 사용한 한식을 내놓게 된다. 해외 인사들에게 공식 제공되는 선물로도 우리 농식품이 활용된다. 임 장관은 "김치가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선정되는 등 한식은 잘 개발하면 세계적인 브랜드 가치가 충분히 있다"며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농산물 무역 자유화가 수출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상규 장관 약력 ▦1949년 광주 출생 ▦1968년 광주제일고 ▦1972년 서울대 금속공학과 ▦1974년 서울대 행정학과 ▦1982년 미국 시라큐스대 대학원 ▦2007년 중앙대 행정학박사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 산업1과장, 경제기획국 인력개발계획과장 ▦재정경제원 국민생활국 생활물가과장, 물가정책과장 ▦기획예산위원회 공보관 ▦기획예산처 경제예산심의관 ▦기획예산처 예산실장 ▦과학기술부 차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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