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심리 상승세 주춤증시침체·美 이중침체 가능성도 한몫
과열권으로 진입하던 소비심리가 일단 보폭을 조정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소비자기대지수는 지난 4월을 고비로 진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4월 중 소비심리의 하락반전은 미국경기의 '이중침체(double dip)'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경기 회복속도도 더뎌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상황과 맞물려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을 낳고 있다.
더욱이 중동정세의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이는 반면 수출주력품인 반도체 값은 크게 떨어지고 있어 앞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연구기관들은 전망하고 있다.
◈ 소비지표 악화로 반전
올 1ㆍ4분기까지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을 자극하고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갖게 한 것은 '자산효과(wealth effect)'의 영향이 컸다. 이런 점에서 4월의 소비자기대지수 하락반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외국인투자가들의 매도행진이 이어지면서 주식시장도 힘이 빠진 듯한 모습이다. 한국은행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민간소비의 주가탄력성은 90년대에는 0.039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0.1까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비심리에 미치는 주가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미국의 고용불안, 재정적자 확대, 달러화의 불안한 행보 등으로 미국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점도 소비심리를 악화시킨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반영해 소비심리는 모든 부문에서 하락세를 나타냈다.
물론 경기가 둔화될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대형 유통업체들의 4월 중 판매동향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소비심리의 둔화세는 감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달 초 발표된 삼성경제연구소의 2ㆍ4분기 소비자태도 조사에서도 지수가 57.1로 1.4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쳐 전 분기의 상승폭 12.0포인트에 비해 크게 둔화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 소비, 경기둔화 가능성
1ㆍ4분기까지 소비심리는 수출ㆍ투자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회복세를 이어온 국내경기를 지탱했다. 실물경기에 앞서 신호등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도 있다.
체감지표가 실물지표를 이끌어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주가ㆍ반도체가격ㆍ수출ㆍ설비투자ㆍ국제유가 등 악재가 호재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심리마저 주춤해지고 있다는 것은 좋지 않은 조짐이다.
특히 국제유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부는 올해 경제운용계획을 짜면서 국제유가를 1배럴당 18~22달러선으로 잡았으나 최근 유가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25달러를 웃돌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평가에 따르면 원유가가 연평균 5달러 인상될 경우 세계경제 성장률은 0.3%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수출과 투자가 되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유가상승, 반도체 가격하락 등이 더 이어질 경우 소비심리 추가하락과 함께 경기회복세가 둔화될 우려가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동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