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뭉칫돈 상가·토지로…가수요에 작전세력 가세 '투기 양상'
수익률을 고려하지 않은 ‘묻지마 투자’와 프리미엄을 노린 단기 투자자금이 가세, 상가ㆍ토지시장이 과열의 도를 넘어 위험수위까지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상가의 경우 건설업체가 주변시세를 고려해 정한 입찰예정가보다 2~3배 높은 가격을 써내도 낙찰받기가 어렵다. 택지개발지구 내 토지 역시 주변 아파트 입주 때까지 1~2년 정도나 남았는데도 프리미엄의 고공행진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상가ㆍ토지는 주거용인 아파트와 달리 수익률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상품. 그러나 ▲ 주식시장 불안 ▲ 주5일 근무제 도입 ▲ 저금리 등으로 인한 가수요에 단타수요, 여기에 ▲ 작전세력까지 가세하면서 이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 죽전지구 단독택지, 70% 이상 손 바뀜
지난해 10월 분양된 죽전지구 단독주택지의 경우 프리미엄이 5,000만~1억원으로 소형 아파트 한채 값과 맞먹는 가격이다.
서울에서 다소 먼 경기도 남양주 호평ㆍ평내ㆍ마석지구 역시 예외가 아니다. 단독주택지 프리미엄이 최저 2,000만원, 최고 5,000만원 형성돼 있다. 이들 지구는 지난 5월 열린 택지입찰에서 최고 4,78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과열양상을 빚었다.
문제는 고가의 프리미엄이 하락할 기미가 전혀 없다는 점. 주변 중개업소에 따르면 택지조성 공사가 마무리되려면 2~3년 정도 걸리는데도 이에 상관없이 웃돈은 소폭 상승할 기미를 보이며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지시장에 단타를 노린 가수요가 몰렸다는 것은 죽전지구 내 단독주택지 전매현황에서 알 수 있다.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죽전지구 내 단독주택지 500여필지 가운데 현재 74% 가량인 370여필지가 손 바뀜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 상가, 실수요자 꿈도 못 꿔
상가 분양시장 또한 갈수록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상가(商街)가 상가(喪家)’로 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지 내 상가의 경우 건설업체가 주변시세를 고려해 내놓은 입찰예정가보다 30~50% 이상 웃도는 가격에 점포를 낙찰받으면 사실 수익을 기대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분양시장의 정설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 등 수도권에서 분양된 단지 내 상가의 경우 입찰예정가의 2~5배선에서 낙찰가가 형성돼 있다. 입지여건ㆍ규모ㆍ용도 등에 상관없이 일단 낙찰받고 보자는 수요가 몰리면서 경쟁률 역시 평균 수십대1을 보이고 있다.
최근 입찰에 부쳐진 대한주택공사의 경기도 의왕시 내손지구 1층 상가의 경우 예정가는 1억8,000만원이었으나 4억8,200만원에 팔렸다. 용인시 기흥읍 코오롱아파트 단지 내 상가 역시 1층 점포가 예정가 1억2,000만원보다 1억8,000만원 비싼 3억원에 낙찰됐다.
▶ 신중한 접근 필요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위기에 편승해 상가ㆍ토지시장에 섣불리 뛰어들었다가는 적정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에 보수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상가ㆍ토지의 경우 한번 거품이 빠지면 회복속도가 느려서 자칫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
상가정보 제공업체인 상가114의 윤병환 사장은 “투자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묻지마 투자’가 곳곳에서 나타난데다 일부 작전세력이 중개업소와 결탁해 고가 거래를 부추기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택지개발지구의 토지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교통환경 개선과 기반시설 정비가 예상대로 빨리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단기 투자자금이 급속히 유출될 수 있다.
강경래 한국개발컨설팅 사장은 “부유층의 여유자금이 주류를 이뤘던 토지시장도 저금리와 규제완화로 단기 투기자금이 많이 유입돼 있어 시장의 불안정성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종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