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위성통신] '헛돈' 쏴올렸다

국내 통신사업의 중복·과잉 시설투자가 심각하다.위성통신은 이미 띄운 위성조차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데도 통신업체들이 자사의 세(勢)를 과시하기 위해 잇따라 쏘아올리고 있다. 이동전화·TRS(주파수공용통신)·무선데이터통신 등 무선통신 부문도 많은 사업자들이 좁은 시장을 놓고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다. 통신업체들의 시설투자 규모는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수조원에 달하는데다 상당수 시설기자재가 비싼 달러를 주고 구입하는 외제품이어서 외화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신업체들의 이같은 시설투자 경쟁은 「고삐 풀린 망아지」「브레이크 없는 벤츠」격이다. 정부는 통신업체들의 과잉·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기지국 공용화, 위성사업 단일화 등을 추진했으나 통신업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나서 더욱 강도높은 투자조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잉·중복투자의 극치는 위성통신 부문. 데이콤은 방송용 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로럴 오라이온사에 8,900만달러(약 1,150억원)를 투자했다. 데이콤 오라이온 위성은 당초 지난 6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하루 연기된 데 이어 7일에도 레이더 시스템 장애로 한달간 발사가 늦춰졌다. 그러나 이 위성은 발사된다고 해도 통합방송법 제정 등 사업여건이 마련되는 오는 2001년 1월까지는 사실상 거의 쓸모가 없다. 특히 한국통신이 지난 95·96년 발사한 무궁화위성도 방송용 6개 채널 중 현재 사용되는 것은 1.25개, 그것도 시험용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다 2억2,000만달러(약 2,750억원)짜리 무궁화3호 위성까지 오는 8월 발사될 예정이다. 즉 이미 있는 위성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위성만 자꾸 올라가는 꼴이다. 문제는 통신업체들의 투자가 우리나라 수준에서 적정한 시장과 수요를 넘어 지나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 환란의 한 요인으로도 지적되는 이동전화 회사들의 설비투자, 외국산 설비도입은 결과적으로 온국민이 IMF의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에도 휴대폰 과소비를 하도록 부추겼다. 한 통신전문가는 『3월 한달간 300만명이 휴대폰에 새로 가입하고 휴대폰 인구가 곧 2,000만명을 넘어 전화가입자보다 많아지는 것은 손뼉칠 일이 아니라 병(病)』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그는 『지나친 경쟁이 설비투자 과잉을 낳고 이동전화 회사들은 투자수익을 거두기 위해 가입자를 빨리 늘리려고 초(超)과당경쟁을 벌인 결과 기형적인 휴대폰 인구급증을 낳았다』고 진단한다. 이동전화 시장에서는 지난 95년부터 신세기통신이 등장, 경쟁이 시작되고 개인휴대통신(PCS) 3사가 97년 10월부터 영업에 들어가 5사 체제가 정립되기까지 불과 3~4년 사이에 모두 10조원 정도의 설비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이동통신·위성부문의 중복·과잉투자가 극심한 반면 21세기 정보화사회·인터넷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고도화돼야 할 유선통신 인프라는 형편없이 낙후돼 있는 것이 국내 통신 인프라의 현실이다. 통신설비 투자의 불균형,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재권 기자 JA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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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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