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과학입국 다시 불 지피자] <2부> 과학 선진국들은 지금 8. 미국 -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신소재서 바이오·우주과학까지… 美 기초과학의 브레인탱크<br>각 분야 세계적 석학들 모여 틀에 박힌 과제 대신 자유연구<br>영리 위한 기업 후원도 거절<br>"정부지원 지나치다" 비난속 경제효과 증명해 정면돌파



미국의 국립연구소는 출입이 까다롭다. 사전에 요구하는 질문과 서류가 너무 많다. 아예 여권과 재직증명서 사본을 보냈는데도 몇 번인가 신원을 확인하는 질문을 받는다. 3주간의 실랑이 끝에 'OK' 사인을 받고 찾아간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일단 규모에 기가 죽는다. 200에이크가 넘는 부지에 90개 가까운 연구동에는 1,685명의 과학자, 475명의 포스닥(박사후과정), 560명의 대학원생 등을 포함해 4,200명의 연구원이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931년 설립 이후 11명의 노벨상을 배출한 LBNL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국립연구기관이다. 올해 예산만도 8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홍보담당인 폴 프리우스씨는 "LBNL은 미국 기초과학의 자존심"이라며 "에너지부 소속의 다른 연구기관들이 국방 등 특정 분야의 연구를 한다면 LBNL은 연구 영역의 구분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기초과학의 브레인탱크=LBNL 설립자인 어니스트 올랜드 로런스가 발명한 세계 최초의 입자가속기 사이클로트론. 120만eV(전자볼트)까지 수소이온(양성자)을 가속해 자연상태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원소들을 만들어 화학ㆍ생물학ㆍ의학 분야에 공헌했다. 핵폭탄 개발에도 이용되기도 했지만. LBNL 51동. 현대 실험물리학의 기초인 사이클로트론에는 지금도 유전자 변이 농작물에서부터 신소재 개발, 암 치료법까지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프리우스씨는 "세계 최초의 사이클로트론은 LBNL이 물리학은 물론 생명공학, 나노기술, 에너지 효율까지 연구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LBNL은 세계적인 과학자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불러들이기까지 한다. 공동연구를 위한 여건이 세계 어디보다도 잘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물리학을 기반으로 신소재, 생명과학, 에너지 효율 등에서 우주과학까지 결합될 수 있는 모든 분야의 석학들이 모여 있다. 나노생명공학랩 연구원인 정성욱 박사는 "연구 분야인 생체시스템 연구가 나노과학과 상호보완관계"라며 "LBNL은 각 분야의 상호보완적 연구를 할 수 있는 최적의 랩"이라고 전했다. LBNL 코비(COBEㆍCosmic Background Explorer) 프로젝트 연구원인 서희정 박사는 "세계적인 석학과 연구원들을 한곳에서 만나 같이 연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말했다. ◇히피 문화와 기초과학의 결합=UC버클리는 1970년대 반전시위와 히피문화의 상징이다. 그래서인지 LBNL은 미국 내 어떤 국립연구소보다 자유로운 연구를 추구한다. 규정된 연구보다는 시대의 흐름이 요구하는 주제로 연구과제들이 확산된다. 최근에는 에너지 효율, 환경파괴 없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기후변화와 친환경 청정기술, 나노 기술ㆍ과학, 생체분자 과학을 전략연구 방향으로 정하고 많은 연구원들과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프리우스씨는 "연구소의 목표인 'Bringing Science Solution to the World'에서 보듯 LBNL은 미국 정부는 물론 세계가 고민하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기초과학을 자유롭게 연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BNL은 자유로운 연구를 위해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연구 프로젝트별 평가가 이뤄진다. 평가는 연구비를 지원한 에너지부(DOE)ㆍ국가과학재단(NSF)ㆍ국립보건원(NIH) 등이 프로젝트별 외부 전문가를 초빙,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진행된다. 평가방식도 일방적인 절대평가가 아닌 상호평가 시스템을 적용해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도록 한다. 또 장기적인 연구를 위해 기업의 후원은 받지 않는다. 기업에 결과물을 제공하기 위한 연구가 목적이 아니라는 얘기다. LBNL 출신인 재미물리학자 주동일 박사는 "LBNL은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한 연구를 하지 않는다"며 "소규모 프로젝트별로 기업의 후원을 받기는 하나 후원일 뿐 기업의 이익과 관련된 연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한다=LBNL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버락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 프로그램인 ARRA(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에 따라 기존 예산에 2억4,000만달러를 추가로 지원을 받았다. 대체에너지, 에너지 효율향상 기술에 자금을 투입했지만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재정적자를 감안하지 않고 정치적인 이슈에 따라 국립연구소만 지나치게 지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여론의 질책을 LBNL은 지역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보고서로 정면 돌파했다. 기초과학 연구가 먼 미래만을 바라본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당장 우리 지역의 고용과 실물경제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을 보여줬다. LBNL이 지난해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CB리처드엘리스에 의뢰한 결과 LBNL은 2009년 버클리시에서 1,745명을 고용했고 2억달러의 경제효과를 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6,855명의 고용과 8억달러, 미국 전체로는 1만2,507명의 고용과 16억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4년 전과 비교해 경제적 효과는 미국 전체로 볼 때 5억달러나 늘어났다. 캐시 베네체크 LBNL 연구지원팀장은 "기초과학 연구 결과를 일반시민들이 바로 느낄 수는 없다" 며 "하지만 LBNL이 버클리시는 물론 캘리포니아, 미국 전체에 어떤 경제적 영향을 미치고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지 객관적으로 평가돼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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